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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부문 '니체전집' 정동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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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부문 '니체전집' 정동호씨

입력
2005.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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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이 번역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분량이 워낙 방대해서 국내의 전문 번역자를 모두 동원해도 안 될 거라고 봤거든요. 유고집이 절반을 넘으니 내 본들 책이 팔리겠나 하는 걱정도 들었고요.”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 받는 독일 발터 데 그루이터 출판사의 ‘니체비평전집’ 우리말 번역서를 20명에 가까운 역자들과 함께 완간한 정동호(60) 충북대 교수는 결과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무모해 보였던 도전은 2000년 니체 서거 100주년을 앞두고 전집을 번역하기로 작심한 책세상 출판사의 의지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출판사에서 틀을 잡아 놓고 1999년에 번역 작업을 주도해 달라고 찾아왔을 때 ‘어렵겠다’고 잘 설명해 돌려보냈는데, 그냥 물러서지 않더군요. 곰곰 생각하니 독문학자까지 포함해 인력을 동원하면 될 것도 같더라고요.”

그래서 정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이진우 계명대 총장, 김정현 원광대 교수, 백승영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전임연구원이 참여하는 니체편집위원회를 꾸렸다.

번역은 발터 데 그루이터 출판사가 니체 저작의 완결물이라고 인정한 21권. 이 중 유고집만 14권이고 이 책들은 모두 국내 초역이다. 편집위원말고도 5년 동안 14명의 번역자가 동원됐다.

세세한 번역은 역자에 일임했지만, 책 제목이나 중요한 개념은 편집위원들이 거듭 논의해 좀더 정확한 용어로 정리했다.

예를 들어 니체가 ‘형이상학을 극복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용한 ‘위버멘쉬’는 흔히 ‘초인(超人)’으로 번역해 원래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풍기게 되었는데, 이를 그대로 ‘위버멘쉬’로 썼다.

정치적인 맥락에서 이해하기 쉬운 ‘권력에의 의지’도 ‘힘에의 의지’로, ‘영겁회귀’라는 말도 ‘영원회귀’로 바꾸었다.

정 교수는 “일본에서 채택한 번역어를 그대로 가져다 쓴 이런 용어들은 니체의 사상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아시아권에서 일본에 이어 우리가 두 번째 번역이고, 일본은 옛날 번역어를 그대로 쓰고 있으니 번역 수준은 우리가 낫다고 자부할만하다”고 말했다.

“나치의 이념적 대부”라는 오해 때문에 제2차 대전 이후 묻혔던 니체는 1970년대 이후 프랑스와 이탈리아 학자들이 재발견하면서 르네상스를 맞았다. “문명의 탈을 벗고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니체의 사상은 요즘 ‘환경철학’의 맥락과 맞닿아 있습니다.” 정 교수는 “전집 번역 초기에 나온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번역을 바로 잡아 이미 개정판을 냈으며 다른 번역도 수정, 보완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사진=조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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