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철 부장판사는 23일 국가정보원의 불법감청(도청)을 지시하고 묵인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에 대해 “김씨와 임동원, 신건 당시 국정원장 등이 암묵적으로 도청을 공모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김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임씨와 신씨는 “도청을 몰랐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김씨에 대한 선고가 이들에 대한 판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 판사는 “임씨와 신씨는 원장으로 재직 중 도청을 지시하지 않았지만, 누구라도 감청된 것임을 알 수 있는 내용이 담긴 첩보 보고서를 매일 받아봤고 도청 의혹이 제기될 때 진상 규명을 지시하지 않았다”며 “도청을 담당한 8국 직원, 차장 등과 명시적으로 공모한 것은 아니더라도 암묵적, 묵시적 공모를 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김씨는 국정원이라는 국가기관이 계획적, 조직적, 지속적으로 국민의 인권을 침해했다”며 “이로 인해 국민들이 도청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게 됐고 국정원 및 타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가 실추됐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김씨는 2000년 10월~2001년 11월 유선전화 감청 장비(R2)와 휴대전화 감청장비(CAS)를 이용해 주요 인사들을 도청하도록 부하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