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 보다‘여풍당당(女風堂堂)’이란 표현이 어울리는 한 해였다. 그 동안 양궁, 핸드볼, 골프 등에서 한국 여성의 힘은 유감없이 발휘됐지만 10월부터 전해온 쾌거는 한국 여자 스포츠의 새로운 장을 열기에 충분했다.
독일발 한국 여검사들의 낭보가 가장 먼저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2005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한국(남현희-서미정-정길옥-이혜선)이 여자플뢰레 단체전 결승에서 연장 승부 끝에 값진 금메달을 따낸 것. 한국 펜싱 사상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정상을 차지하기는 처음이었다. 특히 당시 마지막 검사로 나선 막내 남현희는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을 만든 뒤 끝내 기적 같은 역전승을 연출, 2004 아테네올림픽의 노메달로 침체기에 빠졌던 한국 펜싱에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심었다.
한 달도 채 안돼 ‘10대 여전사’의 강펀치가 4각의 링을 강타했다. 손초롱(성남체)은 지난달 12일 열린 국제여자복싱협회(IFABA) 미니멈급 세계챔피언 결정전에서 멜리샤 쉐이퍼(미국)을 꺾고 18세9개월의 나이로 최연소 세계여자권투챔피언(종전 김주희 18세11개월)에 등극했다. 한층 달궈진 한국 여자 스포츠의 열풍은 역도로 이어졌다.
3일 뒤인 15일 밤 한국의 여자역사 장미란(원주시청)이 중국의 벽을 깨고 세계를 번쩍 들어올린 것. 아테네 올림픽에서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던 장미란은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17회 세계여자역도선수권대회 최중량급(+75㎏) 용상(172㎏)과 합계(300㎏)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달 27일에는 빙판에서 날아온 요정의 날개 짓에 국민들은 황홀경에 빠졌다. 15세의 ‘피겨 요정’ 김연아(도장중3)가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2005~06 국제빙상연맹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주니어와 시니어를 통틀어 한국 피겨 사상 처음으로 세계를 제패했다. 이들 ‘여걸4’의 쾌거는 세계 정상 등극이라는 자체로도 값지지만 불모지나 다름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궈낸 쾌거라는 점에서 더욱 빛났다.
박희정 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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