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개발이라는 가치에 대해서가 아니라 정부 정책이 법에 맞는지 판단할 뿐이다.”
새만금 사업과 관련해 사업에 반대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서울고법 특별4부(구욱서 부장판사)는 새만금 사업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갈등을 의식한 듯 법적인 문제만을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환경과 개발 중 한쪽을 위해 다른 한쪽을 희생할 수 없다”는 논리를 제시하면서도 사실상 정부측 논리를 대부분 받아들여 무게 중심을 개발 쪽에 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판부 판단의 기준이 된 것은 공유수면매립법이다. 이 법 32조 3항은 해양수산부 장관은 매립 공사의 준공 인가 전 ‘공유수면의 상황 변경 등 예상하지 못한 사정 변경으로 인해 공익상 특히 필요한 경우’ 이 법에 의한 면허 또는 인가 등을 취소ㆍ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새만금 사업과 관련된 공유수면 매립 면허를 취소하거나 변경할 만한 ‘예상치 못한 사정 변경’이 생겼는지 여부가 재판의 핵심 쟁점이었다.
원고측이 제시한 ‘예상치 못한 사정 변경’은 사업목적, 농지의 필요성,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 및 공유수면(갯벌)의 가치평가, 담수호의 수질관리, 해양환경의 변화 등 5가지. 1심을 담당했던 서울행정법원은 5가지가 모두 면허를 취소ㆍ변경할 만한 사정 변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일부 변경된 사정은 있지만 새만금 사업 자체를 취소할 정도로 중대하다고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업목적을 변경하는 것이 법률상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 사업 목적인 농지 확충에 대해서도 여전히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미래에 닥칠지 모르는 식량위기에 대비해 30%에 못미치는 식량자급도를 제고할 정책적 필요성이 있다는 정부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경제적 타당성에 대해서는 전문연구기관마다 견해가 달라 갯벌의 가치를 제대로 산출하기 힘들어 이를 경제성 판단에 반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수질관리 문제에 대해서도 수질관리가 불가능하다는 환경부 조사결과 대신 목표수질 달성이 가능하다고 본 민관공동조사단의 견해를 받아들였다. 해양환경의 변화에 대해서도 당초부터 충분히 예상됐던 것이라며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1심에서 3년 6개월, 2심에서 10개월 등 심리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일부 원로들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서 조정안을 권고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부가 수용을 거부하고 있는 권고안을 내는 것도, 사업을 전면 검토하는 위원회를 만들자는 권고안도 모두 무의미하다”고 덧붙였다. 2001년 8월 심리를 시작해 올 2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한 1심 재판부는 1월 ‘민간위원회를 구성해 용도를 다시 결정할 때까지 새만금 공사를 중지하라’는 조정안을 냈지만 정부의 이의제기로 무산된 바 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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