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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스타일 - 생에 최고 크리스마스 선물 - 네가지 행복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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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스타일 - 생에 최고 크리스마스 선물 - 네가지 행복 이야기

입력
2005.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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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마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빛을 뿜는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 괴롭고 힘든 시간을 버티게 해준 것은 누군가의 따뜻한 손, 위로 한마디였을 것이다.

흰 눈이 내리지 않아도 사람들은 산타를 기다리고 스스로 산타가 된다. 여기, 생애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주고 받은 네 커플이 있다. 그들의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들여다본다.

♣ '손녀딸이 준 카드, 장롱에 꼭꼭 모셔놨지.'

문대섭(73ㆍ충남 보령시 남포면) 할아버지는 “장롱 깊숙이 넣어뒀던 가보”라며 카드 한 장을 조심스레 꺼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서울 사는 막내 손녀 정빈(6)이가 준 것이다. 빨간색 도화지에 그림을 오려 붙이고 삐뚤삐뚤 ‘할아버지, 사랑해요, 건강하새요’라고 쓴 카드. 비록 철자는 틀렸어도 손녀딸이 손수 만든 카드라 코끝이 찡했다.

“평생 타향살이를 한 데다 아들만 삼형제를 둬서 애들 키울 때도 잔정이라고는 몰랐어. 그런데 손녀가 생기니까 어떻게 예쁘고 기특한지, 제일 사랑스럽지.”

육순을 넘겨 귀향한 문 할아버지는 한 달에 한 번 정빈이가 아들 내외와 함께 찾아 오는 날이면 절로 흥이 난다. 말로는 ‘예의 지켜야 한다’, ‘시간 잘 지켜야 한다’ 엄격하지만 집 마당에 산딸기를 심어놓고 딸기가 시들어 떨어질지언정 손주가 직접 따먹으며 농촌 체험을 하라고 내버려 두는 속 정 깊은 할아버지. 사진을 찍는 날 졸려서 자꾸 눈이 감기는 정빈이가 애틋한지 촬영 내내 손녀의 어깨를 꼭 안아 주었다.

♣ '엄마의 신혼, 돌려 드리고 싶어요.'

가정 주부 김영자(53ㆍ경기 용인시 수지)씨는 출가한 지 꼭 1년째 되는 맏딸 장현정(29ㆍ경기 광명시 철산동)씨로부터 얼마 전 미리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검정색 레이스가 달린 섹시한 란제리였다. “평생 그렇게 야하고 획기적인 선물은 처음”이었다.

“결혼하고 나서 엄마 생각을 많이 했어요. 결혼전에는 출근하느라 정신 없는데 엄마가 밥은 먹고 가야 된다며 국에다 밥 말아서 막 떠먹이고 하면 ‘성가시게 왜 이래’ 싶었는데 지금 내가 남편 출근시키면서 똑같이 해요.” 김씨는 한술 더 뜬다. “첫 딸 결혼하는데 왜 그렇게 서운한지 식장에서 막 울었어요. 보내고 나서도 6개월간은 얘 방엘 못 들어갔어요. 치우려면 눈물이 나서….”

김씨는 얼마전 둘째 딸도 결혼시키고 이제 부부만 단촐히 남았다. 정현씨는 “결혼하고 나서야 엄마도 여자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면서 “엄마 아빠가 자식들 키우느라 많은 걸 포기하고 살았을 텐데 이제부터는 제 2의 신혼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사랑하는 사람 보다 큰 선물이 있나요.'

동갑내기 연인 안지영(27ㆍ홍보대행사 근무) - 원태호(27ㆍ현대자동차연구소 근무)씨는 올해 생애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 친구 소개로 만난 지 꼭 300일째 되는 10월 말이었다.

평소처럼 퇴근후 강남역 근처에서 만나 저녁 식사를 하고 아담한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원씨가 이어폰을 꽂아준 뒤 ‘눈을 감으라’ 했다. 잠시 후 눈을 뜬 안씨 앞에는 은은한 촛불 사이로 연인이 준비한 특별 의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A4 용지에 담긴 수줍은 사랑 고백들은 맨 마지막 장 ‘나와 결혼해 줘’로 맺었다. 이어폰에서는 가수 이소라의 ‘청혼’이 울려 퍼졌다. “막 울었어요, 감동해서. 드디어 이 사람하고 결혼하는구나….”

결혼은 내년 3월 1일로 날을 잡고, 크리스마스날 예단을 들여 가는 것으로 일사천리 진행됐다. 자상하고 가정적인 남자랑 결혼하겠다고 작정했는데 정말 그런 남자를 만났다.

어색해서 못할 것 같던 프로포즈를 성공리에 마친 원씨도 기쁘긴 마찬가지. “사랑하는 사람을 얻었으니 인생 최고의 선물을 받은 셈”이라며 활짝 웃었다.

♣ '기차표 한 장, 우정은 바다를 품다'

취직 준비에 한창인 김정태(26ㆍ한양대 광고홍보학과4)씨는 지난 가을 단짝친구 박두현(26ㆍ한양대 광고홍보과3)씨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부산행 새마을호 기차표였다.

며칠 전 술자리에서 졸업을 앞둔 막막한 심경을 토로하며 ‘훌쩍 바다나 보러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기억이 흐릿하게 떠올랐다.

“놀랬죠. 그 말을 기억하고 일부러 표를 끊어 주다니.”

광활한 바다 앞에 서니 젊은 날의 시름은 한낱 엄살 같이 느껴졌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용기가 솟았다. 돌아오는 밤기차 안에서는 기차표를 내밀던 친구가 떠오르면서 장난기도 발동했다. “생각해 보니 편도 차표였어요. 가서 오지 말라는 거야, 뭐야!”

“에이, 친구가 마음 잡고 취직 잘 해야 한 일년 얻어 먹을 것 아녜요. 그래서 사줬죠”라는 박씨, 김씨에게 이렇게 덧붙였다. “편도라도 좋으니 (내년에) 나는 비행기표로 끊어 줘!”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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