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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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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토고

입력
2005.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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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6세기 서아프리카 기니만(灣) 연안은 유럽 각국의 약탈무역이 극성을 부렸다. 해양강국 스페인 포르투갈이 라틴 아메리카 쪽으로 관심을 돌리자 아프리카를 서로 차지하려는 유럽 국가들의 식민지 쟁탈전은 치열했다. 특히 유럽에서 접근하기 쉬운 아프리카의 턱 바로 아래인 기니만 주변은 각축장이 되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새 식민지를 개척하면서 대량학살과 전염병으로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자 이들에게 노동력을 공급하기 위해 아프리카 원주민들을 노예로 팔기 시작했다. 노예해안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황금해안 곡물해안 후추해안 상아해안 등의 이름이 생겨났다.

■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와 한 조에 편성된 토고 공화국은 바로 기니만 연안국이다. 서쪽에 가나, 동쪽에 베냉, 북쪽으로 부르키나파소와 접한 토고는 적도 바로 위쪽에 위치한 길다란 소국으로, 노예해안 황금해안 상아해안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 1,600달러의 빈국임에도 체감경제는 그다지 나쁘지 않아 ‘아프리카의 스위스’란 소리를 듣는다.

인광석 보크사이트 등을 수출하는 토고는 우리나라와는 1974년 9월 이래 국교단절 상태에 있다가 1991년 재수교 했다. 독일의 식민지로 있다가 1차 세계대전 후 영국과 프랑스에 분할 점령되어 영국령은 가나로 편입되고 프랑스령은 토고로 독립했다.

■ 토고는 우리의 본선리그 첫 상대로 결정되면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대다수 국민들은 아프리카 구석의 가난한 나라로 인식하고 있지만 나에겐 40여년 전 벽촌 초등학교에서 축구선수로 뛰던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모두가 굶주리고 힘겨웠던 때라 소질이 있어도 운동화 살 돈이 없어 선수 되기가 쉽지 않았다.

검정고무신 닳는 것이 아까워 맨발로 걷던 아이들은 운동화 없이 공을 찼고 그나마 농사일을 도와야 했기 때문에 학교에 남아 연습하기도 어려웠다. 그런데도 열심히 공을 쫓아다녔다.

■ 특파원들이 전하는 토고의 모습은 바로 우리들의 50~60년대 시절 그대로였다. 맨땅에서 맨발로 공을 쫓아 열심히 뛰는 아이들의 모습은 40여년 전 나 자신을 보는 듯했다.

우리 팀이 반드시 이겨야 할 상대지만 승패를 떠나 동정심이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월드컵 본선진출이 확정된 날을 국경일로 정할 정도로 축구에서 기쁨을 찾는 토고에 우리 축구협회나 기업들이 축구용품을 지원해주면 어떨까.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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