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20일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의 의학적 응용 가능성이 과장됐다”고 성명을 내면서 배아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과장된 환상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복제배아 줄기세포가 치료로 이어지려면 수많은 벽을 넘어야 한다는 사실은 늘 지적돼 왔지만 최근 치료에 대한 희망이 너무 부풀려진 것이 사실이다.
황우석 교수는 5월 사이언스 논문 발표 후 “줄기세포 실용화에 4개 대문을 열었고 서너개 사립문만 남았다”는 표현을 썼고, 2번 줄기세포의 체세포를 공여한 척수장애 소년의 부모에게는 지난해부터 임상실험을 약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줄기세포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치료까지 가기에 가장 큰 장애물은 ‘암으로 갈 가능성’이다. 줄기세포는 영원히 죽지 않고 분열하는 일종의 암세포이기 때문에 이를 통제하는 방법이 세포치료에 필수다.
예컨대 척수손상 환자 치료를 위해서는 신경세포가 필요한데 만에 하나라도 근육세포로 불어나면 이것이 악성종양, 즉 암이 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발생분화연구실 한용만 박사는 “치료에 쓰려면 줄기세포를 원하는 세포로 정확히 자라게 하는 기술이 꼭 필요한데 현재 밝혀진 것은 줄기세포가 특정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라고 말했다.
현재 그나마 가장 많이 진척된 분야가 줄기세포를 신경세포로 발전시키는 기술이다. 마리아기초의학연구소 박세필 박사는 “미국 생명공학 회사인 ‘제론’과 어바인 소재 캘리포니아대가 줄기세포의 신경세포 분화에 관한 임상에 곧 착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와 동일한 유전자 정보를 담았다는 장점이 치명적 결함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소아당뇨 등 유전자 이상으로 생기는 질환 치료에 쓰일 경우 일시적으로 치료 효과를 보일지 모르나 결국 같은 질병이 또다시 나타날 수 있는 탓이다.
때문에 유전자 치료 연구가 동반돼야 한다. 또 유전자 정보가 같더라도 후천적으로 습득된 면역정보가 달라 거부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결국 복제배아 줄기세포는 이제 만들 수 있다는 첫 단계일 뿐, 이를 치료제로 개발하는 과정은 시작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세포치료가 실용화하는 시기를 수년이 아닌 수십년 후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치료용이 아닌 연구용으로는 복제배아줄기세포가 크게 유용하다. 루게릭병을 연구하는 크리스토퍼 쇼 영국 런던 킹스 칼리지 교수는 루게릭병이 세포치료를 적용할 수 없는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황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추진해 왔다.
그 이유에 대해 쇼 교수는 “루게릭병 환자의 세포를 복제한 줄기세포를 연구한다면 발병에 관계있는 유전자를 보다 쉽게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며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는 질병치료에 적용하려면 시간이 걸리지만 다양한 질병의 메커니즘과 치료법을 연구하는 데에는 곧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는 신약 후보물질 검색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환자의 세포에 신약후보물질의 치료효과나 독성 등을 확인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배아복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섣부른 희망을 가져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연구를 하지 않고 손을 놓을 수는 없다는 의미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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