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재단법인으로 재출범한 서울시향이 6개월 간의 워밍업을 마치고 새해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법인화 이전 연간 60회 정도이던 연주를 100회 이상으로 늘리고, 상임지휘자 정명훈이 직접 지휘하는 베토벤 교향곡 전곡 시리즈를 진행한다. 또 국내 오케스트라로는 처음으로 상임작곡가 제도를 도입, 독일에서 활동하는 진은숙씨를 선임했다.
서울시향은 21일 법인화 이후의 변화와 성과를 설명하고 새해 계획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이팔성 서울시향 대표이사는 “서울시향의 목표는 국내 최고가 아닌,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라며 “갈 길은 멀지만 법인화 이후 서울시향이 많이 달라지고 좋아졌다는 평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시향의 지난 반 년은 창단 반세기 만에 맞은 가장 큰 변혁의 시기였다. 전면적인 오디션을 통해 단원의 3분의 1이 바뀌었고, 단원 평균 연령도 44세에서 36세로 낮아졌다.
그 동안 2차례 오디션을 했지만 정원 106명 가운데 27명은 아직 비어 있다. 정명훈 감독이 세계 최고수준에 눈높이를 맞추고 있어 선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향은 새해 2월쯤 뉴욕에서의 오디션을 검토 중이다. 재창단에 따른 새 출발 이후 단원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빡빡한 연습과 공연을 다부진 각오와 넘치는 의욕으로 소화하고 있다.
올해 음악고문으로 한 발 비켜 서 있던 정명훈이 음악감독으로서 전면에 나서서 자신의 뜻을 한껏 펼치는 것도 새해부터다. 총 100여 회 공연 중 25회 정도를 직접 지휘하고 나머지는 부지휘자와 객원지휘자에게 맡긴다.
그가 서울시향에서 시작하는 첫 프로젝트는 베토벤 교향곡 전곡 시리즈다. 1년 간 4회에 걸쳐 1~9번을 차례로 연주한다. 오병권 서울시향 공연기획팀장은 “말러나 브루크너처럼 좀 더 눈길을 끌 만한 것을 할 수도 있겠지만, 교향악의 기본인 베토벤으로 돌아감으로써 새로 태어난 오케스트라의 기초부터 다지자는 게 정명훈 지휘자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재독 작곡가 진은숙씨와의 상임작곡가 계약은 마무리 단계다. 상임작곡가로서 진씨는 서울시향을 위한 작곡 뿐 아니라 현대음악과 창작곡 소개를 비롯한 서울시향의 기획에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어서, 앞으로 서울시향의 프로그램에 동시대성이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새해에는 서울의 각 구민회관에서도 서울시향을 만날 수 있다. 총 11회의 연주회를 잡아놓았고, 그 중 8회는 정명훈이 직접 지휘한다.
음악적 수준 향상과 시민 가까이 다가가기 외에 서울시향의 또다른 목표는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팔성 대표이사는 “지금까지는 연간 예산의 90% 이상을 서울시 지원금에 의존했으나 앞으로는 이를 70~80%로 낮추고 나머지 20% 이상을 벌어서 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간 2억원 정도에 머물던 공연 수익이 법인화 이후 6개월 동안 6억원으로 늘었고, 새해 목표치는 20억원”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올해 서울시향에 90억원(법인화 이후 65억원)을 지원했으며 내년에는 110억원을 지원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