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팝아트 미술가 클래스 올덴버그(76)가 제작할 예정인 청계천의 상징조형물인 ‘스프링(Springㆍ사진)’의 시안이 공개됐다. 서울문화재단은 22일 “작가가 청계천의 생태ㆍ환경 복원을 상징하는 조형물의 시안을 확정했으며 이르면 내년 6월께 청계광장에 조형물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안에 따르면 ‘스프링’은 높이 20㎙ 폭 6㎙로 보라빛의 다슬기가 나선형으로 뾰족하게 솟은 것을 형상화한 것이다. 아이보리색인 조형물 내부는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터널처럼 뚫려있으며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상징하는 붉은색과 푸른색 리본이 꼬여 있다. 이는 생명의 복원을 상징한다.
조형물 앞에는 사각연못이 조성돼 있으며 조형물 하부의 샘에서 솟아나온 물이 흘러 들어간다. 이 샘물은 청계광장의 청계천 미니어쳐와 만난 뒤 청계천과 합수된다. 조형물 내부에는 조명이 설치되며 원형인 조형물의 입구가 연못에 비치면 보름달이 연상되도록 디자인됐다.
서울문화재단 유인촌 대표는 “스프링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 용수철의 생명력, 생명의 근원인 샘(泉)의 이미지’를 함축하고 있다”며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다슬기가 상징하듯 환경ㆍ생태복원을 이룬 청계천 복원의 의미를 잘 살리고 있다”고 밝혔다.
작품재료는 스테인리스 스틸, 알루미늄, 섬유 강화 플라스틱 등이 사용될 예정이다. 계약금액은 작가비 60만달러(6억1,000만원), 제작비 210만달러(21억3,000만원)를 포함해 340만달러(약 34억6,000만원)로 국내 공공조형물 제작비로는 최고 가격이다. KT가 작품을 구입해 서울시에 기증하기로 했다. 작품제작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학협력단 배진환(54) 교수와 올덴버그의 기술팀이 공동으로 맡으며 내년 2월께 올덴버그가 내한, 작품설명회를 갖는다.
2003년말 청계천 복원사업회의에서 청계천 조형상징물이 제안돼 서울시립미술관이 3명의 세계적 조형미술작가를 추천했고 올 7월 올덴버그의 조형물 시안이 서울시 미술장식품 분과위원회의 검토를 통과하며 최종확정됐다.
스웨덴 출신으로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올덴버그는 1960년대부터 햄버거, 아이스크림, 립스틱 등 일상의 사물을 거대한 스케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제작해온 세계적인 팝아트 미술가다. 일본 도쿄 국제무역전시장 앞의 대형 톱, 미국 필라델피아 시청 앞의 거대한 빨래집게 조형물 등이 유명하다.
배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의 공산품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상상력을 발휘했던 올덴버그가 만년으로 접어들며 자연과 생태 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시사하는 조형물”이라며 “현재 작품제작에 들어갔으며 이르면 6월께 작품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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