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랄하고 서정적인 화음으로 1970년대 젊은 층의 사랑을 받았던 남성 포크듀오 ‘4월과 5월’의 오리지널 멤버 백순진, 김태풍이 30년 만에 TV 무대에 나와 함께 노래를 불렀다.
이들은 20일 저녁 KBS1 TV `콘서트 7080-크리스마스특집편(24일 밤 11시50분 방송)`의 녹화에 참여, 오프닝 무대에서 ‘바다의 여인’‘화’ ‘등불’ ‘옛사랑’ 등 왕년의 히트곡 5곡을 선보였다.
이들은 인기 절정을 구가하던 1975년 1월 당시 포크음악인들의 메카와도 같았던 서울 종로구 종로1가의 쉘부르 무대를 마지막으로 각각 다른 길을 걸었다. 현재 둘은 모두 사업가로서의 탄탄한 삶을 살고 있다. 백순진은 그러면서도 간간이 창작 활동을 해온 반면, 김태풍은 이후 음악과는 완전히 단절한 채 사업에만 전념해 현재 펀드 자문회사의 대표가 돼 있다.
72년 결성된 ‘4월과 5월’은 대중음악적으로 특별한 평가를 받는다.
당시는 척박한 국내의 정치사회 상황으로 인해 청년층의 외국문화에 대한 동경이 일반적이던 시절. 이런 풍토 속에서 그들은 순수 우리말 이름으로 활동한 최초의 남성듀오이자, 외국 번안곡이 아닌 맑고 경쾌한 창작 포크송으로 청년문화를 주도했던 싱어송라이터 팀이었다.
특히 72년에는 같은 가사를 놓고 백순진, 송창식이 서로 다른 곡 ‘딩동댕 지난 여름’을 만들어 공연해 화제가 됐다. 지금은 송창식의 히트곡으로만 널리 알려져 있지만 ‘4월과 5월’은 당시로서는 생소한 통기타와 가야금의 협주를 통해 국악과 포크의 크로스오버를 선보였다. 공연 후 일부 국악인들은 “다시는 그런 장난을 하지 말라”고 혼을 냈을 만큼 시대를 앞서간 시도였다.
이번 이들의 재상봉 무대를 본 가요평론가 김진성씨는 “최근 들어 많은 70-80년대 가수들의 노래를 듣고 보고 있지만, 완벽하게 그 시절로 되돌아가는 기분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고 감회에 젖었다.
김태풍은 “이번 무대는 활동재개가 아닌 저희들을 기억해주시는 팬들에 대한 고마움의 답례로 봐주시길 바란다”고 했고, 백순진은 “30년만에 태풍과 함께 무대에서 선 것도 의미 있지만, 무엇보다 잃어버렸던 친구를 다시 찾은 듯한 느낌에 더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최규성기자 ks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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