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호남의 폭설과 이에 따른 고속도로 마비, 운전자 고립 사태는 재난 위기 대응 시스템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건설교통부 한국도로공사 등은 기상특보에 따라 20일 저녁부터 대비 태세에 들어갔지만 눈 속에 갇혀버린 도로를 구하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번 눈이 사상 최대의 폭설이라고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지금까지 그리 많지 않은 눈에도 고속도로 등 간선 도로가 마비되는 일이 잦았던 게 사실이다. 건교부는 22일 향후 대책을 서둘러 내놓았지만 이 또한 작은 눈에만 통할 뿐 큰 눈에는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교부는 우선 고속도로 재난관제시스템을 확충키로 했다. 이를 위해 취약 구간의 경우 현재 현행 5㎞마다 설치돼 있는 CCTV를 3㎞마다 설치하고, 가변전광안내판(VMS)도 추가로 달기로 했다. 교통 통제, 방치차량 견인 등을 원활히 하기 위해 이를 어기는 운전자에 대한 처벌 규정 등 법적 근거도 신설하기로 했다. 또 재난 발생 초기 단계부터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취약 구간에 장비 및 인력을 사전에 배치, 초기 제설 작업을 효과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이번 폭설 사태 때도 장성 백양사 등의 중앙분리대를 열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중앙분리대가 개방되는 곳의 숫자를 현재보다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도의 경우 인근 마을에 들어갈 수도 있는 등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며 “고속도로와 국도의 연결 지점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도로에 쌓일 정도의 눈이 내릴 경우 2,3대 차량만 제대로 못 가더라도 도로가 마비될 수 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모든 도로에 열선을 깔 수도 없는 만큼 운전자가 체인 등 기본적인 월동 장비를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하고, 관계 기관은 다소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조기에 차량 진입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성욱 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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