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다니느라 바쁜 시간을 쪼개고 돈을 썼는데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의사와 제대로 이야기 나눌 시간이 모자란다는 불만이 많습니다. 대기시간은 긴데 실제 의사 얼굴 보는 시간은 불과 몇 분에 그치는 상황이 우리나라 의료서비스의 현실을 말해줍니다.
저 또한 시간 계획에 맞추지를 못하고 시간이 모자라 환자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지 못할 때 환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금치 못합니다. 이런 사정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의료기관에서 할 일이 훨씬 많겠지만, 환자의 역할도 나름대로 중요합니다. 환자가 할 일 중에는 의사와의 만남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의사에게서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어서 더 만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의사를 만나기 전에 미리 어떤 말을 할 것인가 그 계획을 세우고 진료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요령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병원을 방문하기 전에 미리 해 두어야 할 일은 중요한 건강문제나 걱정거리, 중요한 과거병력, 가족들의 병력을 기억해서 정리해두는 것입니다. 그러면 정작 진료실에서 의사가 물어볼 때 상세한 것을 기억해 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고 의사와 대화를 하는데 정신을 집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약제를 실시하는 병원이라면 예약시간 보다 조금 빨리 도착하여 접수를 해 놓습니다. 대개 병원에 가면 의사를 만나기 전에 이런 저런 서식에 채워 넣는 일이 있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 의사에게 갈 때는 현재 자기가 먹는 약이란 약은 전부 약병까지 싸서 가져가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의사의 처방전대로 약을 먹고 있다면 그 처방전을 가져오시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흔히 보면 먹는 알약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하는데 의사들이 모든 약의 모양과 색깔을 알고 있지 못합니다.
의사들은 환자가 먹는 약을 다 알지 못하면 처방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고 환자의 건강문제를 속속들이 파악하기도 힘들어 집니다. 또 최근에 검사한 기록을 갖고 있으면 가져오시는 것도 잊지 마십시오.
진료실에 들어가서 의사가 방문이유를 물어보면 찾아온 정확한 이유를 간략히 설명합니다. 간단히 몇 마디로 끝내지는 마시되, 그렇다고 장황하게 시시콜콜 곁가지까지 다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화 도중에 보충할 수 있고 의사가 더 물어볼 것이니까요. 의사와 대화 중에는 언제나 자신의 건강문제나 증상에 대화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야 합니다.
가족이나 친지의 증상을 들고 나와서는 곤란합니다. 그런 것은 나중에 시간이 허락하면 그때 이야기 하십시오. 의사의 질문에는 정확히, 가능한 대로 완전하게 답변하도록 노력하십시오.
지금 다루는 것은 자기 몸이지 다른 사람 몸이 아니지 않습니까? 자기 몸에 대해서 자신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환자분들은 자신의 증상에 몰입되어 의사가 무엇을 물어보는지 잘 모르고 말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의사가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듣고 나서 질문에 답하시면 될 것입니다.
자신의 증상을 자세히 적어서 그 메모를 의사에게 들이미는 환자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증상 목록은 진찰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증상의 전말, 정도, 관련성, 중요성 등이 그 목록에는 잘 드러나지 않으니까요. 의사와 환자의 대화가 중요한 것이지요. 증상을 적어놓으셨다면 다만 기억하는데 도움이 될 정도로만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의사의 말이 잘 이해되지 않으면 물어보셔야 합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의사들이 물어도 잘 대답해 주지 않는다는 환자들의 불만이 쌓입니다. 그렇지만 환자들이 효과적으로 질문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따지는 식은 피하면서 자신의 궁금증을 털어놓으면 얼마든지 만족스런 답변을 얻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검사과정이나 병의 진단, 혹은 치료계획에 미심쩍거나 의문이 생기면 그대로 잠자코 있지 말고 자신의 속마음을 밝히는 것이 좋습니다. 의사의 지시사항이나 약이 여러 가지로 복잡하면 적어달라고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병원 문을 나서기 전에 의사가 한 말을 확실히 다 이해했는지 스스로 되물어 보십시오.
최고의 치료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팀워크가 대단히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만성 퇴행성 질환이 점점 많아지는 현대는 좀 더 나은 진료를 위해서 환자와 의료진이 팀을 이루어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의료진도 환자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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