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고/ '환경 장벽' 대책 서둘러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고/ '환경 장벽' 대책 서둘러야

입력
2005.12.22 00:00
0 0

국내의 한 장신구 업체는 얼마 전 독일 바이어와 수출계약을 체결했다가 큰 낭패를 볼 뻔했다. 바이어가 요청한 디자인에 맞춰 제품을 생산했는데 선적단계에서 니켈 도금 반지 제품의 니켈 함유량이 유럽연합(EU)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에는 주문을 전량 취소할 계획이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EU가 이미 1990년대부터 취해온 규제를 알지 못했던 이 업체는 부랴부랴 선적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세계적인 기업인 소니사도 2002년 네덜란드에서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2’의 통관이 카드뮴 과다 검출을 이유로 거부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모두 관세, 수량제한에 이어 환경규제가 차세대 무역장벽으로 부상한 데 따른 결과다.

지금 세계 시장에서는 ‘환경 장벽’을 뚫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한창이다. 전 세계적으로 발효 중인 다자간 환경협정 221개 중 28개 협약이 구체적인 무역규제 조치를 포함하고 있는데다가, 선진국과 개도국을 불문하고 각국이 앞다투어 개별적으로 환경규제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90년대 중반부터 일찌감치 전자, 섬유 및 자동차에 초점을 두고 무료 수거 및 리사이클 의무화, 중금속과 염료 사용 규제, 포장재 리사이클 의무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미국은 환경규제 자체도 문제지만 연방정부와 각 주의 규제가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아 해당 주의 규제를 확인하지 않으면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일본 부품시장 진출 키워드도 ‘친환경성’이다. 일본 전기ㆍ전자업계가 세계 환경규제 파고에 대응, 부품 공급업체들에 친환경 부품 공급을 종용하고 있다.

선진국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도 올 들어 적극적으로 환경규제에 동참하고 있다. 외자유치 과정에서 친환경 산업에 우선순위를 주는 것이 대표적 전략이다. 교토의정서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의무국인 선진국 기업들이 개도국에서 공정 개선을 하는 경우에도 그 감축분을 자기 것으로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이 전략은 큰 성공을 거둘 전망이다.

우리 최대 수출국인 중국도 올 들어 발 빠르게 EU 제도를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특히 2007년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인 중국의 폐가전 지침이 발효될 경우, 대중국 수출의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컴퓨터, TV, 냉장고 등 전자제품 수출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근 조사에 의하면 우리 대중국 수출기업의 3분의 2가 중국 환경규제의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몰려오는 파고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산업계가 친환경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21세기 경영 화두로 환경, 경제, 상상력을 복합한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을 내세우고 ‘환경’으로 제2 산업혁명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으며, 도요타는 친환경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전력투구 중이다.

우리의 경우 대기업들에는 ‘환경경영’에 대한 공감대가 일찍부터 형성되어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중소기업들은 아직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산업자원부가 유럽의 ‘전자제품 유해물질 사용규제’에 대비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중소기업에 대한 환경규제 교육을 하고 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단체가 공동으로 ‘친환경 상품 개발 행사’를 개최하는 등 민ㆍ관 차원에서 중소기업의 친환경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노력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기업은 이 같은 노력을 통해 환경규제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바꿔야 한다.

홍기화 KOTRA 사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