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최홍만의 격투기 K_1 데뷔 선언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는 숙연했다. 붕괴 위기에 놓인 씨름을 배신했다는 비난과 함께 낯선 무대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는 두려움에 시달려 온 그였다. 가벼운 웃음조차 찾아볼 수 없던 그의 출사표는 결연했다. “시작이 좋으면 다 잘 풀리는 법이다. 대한민국의 명예를 걸고 죽을 힘을 다해 싸우겠다.”
그 다짐처럼, 최홍만의 시작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이후 역시 잘 풀렸다. 최홍만의 얼굴에 웃음이 돌아온 건 3월 K_1 서울대회 때다. 새내기 최홍만은 격투기 데뷔 무대에서 일본의 스모 영웅 아케보노 등 세 선수를 연파하며 챔피언에 등극하는 깜짝 드라마를 연출하며 대형 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기세가 오른 최홍만은 지난 9월 K_1월드그랑프리 16강전에서 강타자 ‘야수’ 밥 샙마저 격파하는 파란을 일으켜 당당히 세계적인 파이터의 반열에 올랐다. 올 전적 7전6승1패.
비록 지난달 레미 본야스키에게 아쉽게 패하긴 했지만 최홍만의 잇단 승전보는 국내에서 격투기 열풍으로 이어졌다. 10월 한달 간 평균 시청률이 0.447%에 그친 케이블 방송 MBC ESPN은 최홍만-밥 샙전 순간 시청률 15.7%을 기록한 데 이어 최홍만-본야스키전에서는 22.8%의 순간 시청률을 나타내 관계자들의 입을 쩍 벌어지게 했다.
또한 에밀리아넨코 효도르, 미르코 크로캅 등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는 생소하기 그지 없었던 격투기 선수들의 이름이 자연스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아마추어 격투기 대회의 평균 출전 선수가 60명에 이를 정도로 격투기를 직접 하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경기를 치르면서 파이터로서의 숨겨진 본능을 점점 느끼고 있다는 ‘진화하는 골리앗’ 최홍만. 과연 그가 데뷔 첫 해의 성난 포효를 내년에도 이어갈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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