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볼리비아 대선에서 반미ㆍ반시장주의를 내건 에보 모랄레스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중남미의 좌파 지도자는 7명으로 늘어났다.
이미 집권한 좌파 정권들의 기반도 점점 확고해지고 있고, 내년에는 이 지역 10개국에서 대선이 예정돼 있어 ‘좌파클럽’의 회원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좌파 바람은 ‘워싱턴 컨센서스’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실패가 가져온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980년대 금융위기를 겪은 중남미 각국은 90년대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이 내놓은 경제처방을 따랐다.
그 결과 복지 삭감과 민영화가 가속화했지만 양극화도 극심해져 많은 국민이 굶주리게 됐다. 이에 따라 유권자들이 경제 살리기의 임무를 ‘시장’에서 빼앗아 좌파에 맡기고 있는 것이다. 좌파클럽 7인방의 성적표와 정책을 짚어본다.
▦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중남미 좌파정권의 맏형 역할을 해 오면서 대륙을 대표하는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굳혔다. 올 6월부터 각종 부정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탄핵 위기를 맞아 재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이 외교적 중재자 역할을 요청함에 따라 국제적 지위는 한껏 높아진 모습이다. 2003년 1월 집권 이래 성장 위주정책을 꾸준히 펼치며 탄탄한 경제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선거전 때문에 성장보다 분배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가능성도 높다.
▦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1998년 집권 이래 석유자원을 무기로 한 노골적인 대미 적대 정책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향한 거침없는 독설로 반미의 상징이 된지 오래다.
온건 진보주의 실용노선을 표방하는 룰라 브라질 대통령과는 달리 토지무상분배, 빈곤층 무상교육 확대 등 급진 좌파주의정책을 펼쳐 빈곤층으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2002년 4월 군사 쿠데타로 쫓겨났을 때 복귀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달 5일 치러진 총선에서는 의회마저 완전히 장악했다. 유가 급등으로 경제도 호황을 누리고 있어 내년 대선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당선자
‘제 2의 차베스’로 불리는 모랄레스는 볼리비아 최초의 원주민 출신 대통령이 될 전망이다. 그는 자신이 ‘미국의 악몽’이 될 것이라고 공언할 정도로 철저한 반미주의자다.
특히 마약 코카인의 원료로 쓰이는 코카 재배 농민 출신으로 미국의 마약근절 정책에 반기를 들며 코카 재배의 합법화를 주장하고 있어 미 정부와 마찰이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 2년 여 동안 대통령 2명이 중도하차 할 정도로 심각한 정치불안을 겪고 있어 정권이 순항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 정치불안의 핵심 요소였던 천연가스 등 에너지 산업 국유화 문제도 넘어야 할 산으로 지적된다.
▦ 미첼 바첼렛 칠레 대선 후보
집권 중도좌파연합의 미첼 바첼렛 전 국방장관은 지난 11일 대선에서 1위를 차지하며 내달 결선투표에서 칠레 첫 여성 대통령으로 등극할 전망이다.
여성 인권 개선에 지속적 관심을 보여왔던 그는 자유무역 정책을 기조로 빈민들을 위한 사회복지 개선 등 실용주의적 중도좌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성장과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중도좌파연합은 1990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정권 붕괴 이후 15년간 집권할 정도로 국민들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카스트로는 59년 쿠바 혁명 후 47년 동안 1,100만 쿠바인을 이끌며 강경 반미노선을 걸어왔다. 하지만 최근 암, 뇌졸중 등 건강 악화에 대한 소문에 시달리면서 대외적으로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대립해 온 카스트로는 이미 동생 라울 카스트로국방장관을 후계자로 지명해 놓은 상태다.
▦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
2003년 5월 집권하면서 브라질과 함께 남미 좌파정권의 서막을 열었다. 신 케인즈주의자라고 자처하며 미국과의 협력보다는 남미 역내시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남미 최대 경제공동체인 ‘메르코수르’의 회원국으로 지난해 12월 미국의 미주자유무역지대안(FTAA)에 맞서며 12개국을 회원으로 둔 ‘남미국가공동체’를 결성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좌파지만 반미와 반민영화를 주창하는 급진주의보다는 시장 친화적 모델 내에서 빈민층을 배려하는 중도온건 성향이다. 좌파를 빙자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는 비판도 있다.
10월 의회 중간선거에서 대승을 거뒀다. 이 때문에 집권 당시 득표율이 22%에 불과해 소수파 대통령으로 불렸던 오명을 벗었고, 페론당 내 라이벌이던 에두아르드 두알데 전 대통령을 제치고 2007년 재선 기반을 다졌다.
▦ 타바레 바스케스 우루과이 대통령
170년 간 번갈아 집권해 온 양대 보수 정당 집권을 끝내고 올 3월 사상 처음 좌파정권을 탄생시켰다. 몬테비데오 노동자 거주지역 출신의 암 전문 의사인 그는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 계열, 과거 반군단체 정치그룹의 연합후보로 출마했다.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해 사회복지와 시장개입,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유럽식 사회민주주의 경제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인권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공약대로 군정 시절(1973~1985년) 인권 침해에 대한 과거사 규명을 추진하고 있다. 좌파지만 실용주의 노선이 강해 경제분야에서는 복지와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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