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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황우석과 '두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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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황우석과 '두 문화'

입력
2005.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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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영국의 작가이자 과학자였던 C.P. 스노우는 ‘두 문화와 과학혁명’이라는 강연에서 인문ㆍ사회과학을 전공한 사람들과 자연과학을 전공한 사람들 사이의 문화적 괴리와 상호 몰이해, 의사소통의 단절 등이 현대 서구문명의 중대한 장애물이자 심각한 위협이라고 우려했다. 그 우려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한국만큼 그 문제가 심각한 나라도 드물다.

한국에선 ‘두 문화’ 사이의 소통 단절보다는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잔재와 ‘정치의 과잉’으로 인해 인문ㆍ사회과학 문화가 일방적으로 자연과학 문화 위에 군림하는 게 훨씬 더 큰 문제가 아닌가 싶다. 사회 각계의 높은 자리는 주로 인문사회과학 전공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게 그런 현실을 잘 말해준다 하겠다.

●사농공상 잔재와 정치의 과잉

서울대 정운찬 총장은 자신은 고교 1학년 때만 해도 공대 지망생이었지만 어느 선배가 “나라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이공계보다는 인문ㆍ사회계에 지망하여 사회구조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해 경제학을 전공하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바로 여기에 한국적 ‘두 문화’의 비극이 있다.

지금은 ‘에디슨의 시대’가 아니다. 오늘날 과학 활동에 가장 필요한 것은 세상과 단절하고 연구실만 지키는 고독과 인내가 아니라 연구비를 조달하고 연구팀을 운용하는 능력이다.

그런 능력 발휘를 위해 정치 행정 경영 법 언론도 알아야 한다. 서울대 홍성욱 교수가 잘 지적했듯이 ‘과학자의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리더십 자질이 있거나 열망이 있는 학생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인문ㆍ사회계로만 몰려갔으니, 이게 어찌 비극이 아니랴.

더 큰 비극은 한국의 과학자들이 인문ㆍ사회계 중심의 풍토에 순응한 나머지 스스로 과학자의 리더십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을 갖고 그걸 학생들에게도 전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로버트 러플린 총장이 잘 지적했듯이, 고위직으로 갈수록 언어능력이 절대적 요소가 되며 마케팅 능력이 결정적 요인이 되는데도 한국의 과학도들은 그런 능력과는 담을 쌓게끔 길러지고 있는 것이다. 과학과 과학도가 사회와 권력으로부터 소외되고 ‘연구실의 고독’만이 미덕으로 외쳐지는 ‘과학의 자학’이라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이른바 ‘황우석 신드롬’은 그런 배경에서도 고찰할 필요가 있겠다. 많은 사람이 황우석 교수에 열광했던 건 국가주의ㆍ민족주의 이데올로기 때문이었겠지만, 황 교수가 사회적 리더십을 보여준 최초의 과학자였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질보다는 갈등을 양산해온 정치적 리더십에 식상한 사람들이 황 교수의 애국주의적 리더십에 열광한 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었다. 이제 우리는 그 리더십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고 있다. 황 교수의 ‘언론플레이’에서부터 ‘쇼맨십’에 이르기까지 온갖 부정적인 평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의 최종 결말이 어찌되건 이미 황 교수가 저지른 과오가 너무도 크기에 그런 평가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지만, 한 가지 의문은 남는다.

●과학자 홀대문화도 반성해야

열광의 ‘쏠림’처럼 비난의 ‘쏠림’이 반복되어도 괜찮은 걸까? 황 교수의 언론플레이와 쇼맨십을 탓하는 동시에 한국 과학 저널리즘의 처참한 수준과 한국사회의 과학자 홀대 문화를 탓하는 게 공정하지 않을까?

과학계의 전근대적 상명하복 문화와 자율ㆍ자정 능력 박약이 한국적 ‘두 문화’의 업보라는 데에도 눈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지금 우리는 여전히 한국적 ‘두 문화’의 편견으로 이번 사건을 대하고 있는 건 아닌가?

이번 사건의 반작용으로 ‘연구실의 고독’만을 다시 예찬하는 풍토가 자리 잡는다면, 그거야말로 한국적 ‘두 문화’의 재앙이 될 것이다.

전북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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