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최근 중소제조업체 219곳을 대상으로 기업의 가치경영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체의 35%만이 가치경영을 실천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대다수 업체가 법률ㆍ윤리 사항만 가까스로 준수(29.2%)하고 있을 뿐, 법률에서 규정하지 않은 사항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는 업체는 5.5%에 불과했다. 이들이 가치경영에 소극적인 이유는 이를 부가가치 창출이 아닌 단순한 비용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을 비롯한 선진국의 유수 기업들은 가치경영을 무역자유화 시대에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핵심 키워드로 보고 있다. 이른바 사회적 책임경영이라고도 불리는 가치경영은 기업이 경제적 생존을 추구하되, 소비자ㆍ주주 등 이해관계자 및 사회 전체의 이익을 도모함으로써 기업이 속한 사회의 지속적 발전을 꾀한다는 개념이다.
양질의 안전한 제품 및 서비스 제공, 법령준수, 환경보호, 부패방지, 공정경쟁, 노동환경 개선, 인권존중, 지역공헌 등이 모두 가치경영에 포함된다.
특히 산업발전을 위한 ‘필요악’이라는 미명으로 비교적 규제로부터 자유로웠던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규제와 책임이 강화되고 있으며, 안전ㆍ보건에 대한 글로벌 스탠더드를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SR)을 다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국제표준 ‘ISO 26000’ 도입에 대한 찬반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이는 기업의 가치경영 척도를 평가해 수치화하는 것으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기업은 국제사회에서 발 붙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안전보건 정책을 기업의 주요부문으로 규정하고, 사업주의 책임 아래 위험성 평가분석을 실시, 유해ㆍ위험 요인을 제거토록 하는 사고예방 규정을 두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독자적인 자율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안전ㆍ보건정책 수립 및 위험성 평가를 통한 사고예방에 나섰다. 최근 우리 정부도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KOSHA 18001)의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이 인증을 받은 기업은 각종 지도와 점검, 감독이 면제된다.
최근 잇따른 식품사고는 가치경영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소중한 경험이다. 이제는 식품 뿐 아니라 모든 산업 분야에서 가치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1996년 미국의 한 잡지에 12세 파키스탄 어린이가 쪼그려 앉아 나이키 축구공을 꿰매고 있는 사진이 보도된 후 나이키 주가가 한때 반토막 난 것이 그 좋은 예다.
전문가들은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에 맞춘 새로운 경영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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