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이 금융기관에 진 빚이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부채상환능력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고금리 신용카드 대출 비중이 줄어 부채의 질은 나아졌고, 장기 저금리 기조로 이자상환부담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리금을 갚을 능력은 떨어졌는데, 이자를 내는 부담은 경감됐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3ㆍ4분기 자금순환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개인부문(가계, 소규모 개인기업 등)의 금융부채 규모는 548조원으로 2분기보다 2.9% 증가했다. 국민 1인당 빚이 1,117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반면 개인의 금융자산은 1,099조6,000억원으로 2분기에 비해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부채상환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의 비율은 2.01배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작년 3분기만 해도 금융자산이 금융부채의 2.06배가 됐으나 지금은 2.01배에 불과하다는 얘기이다.
부채상환능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인 명목국민총소득(GNI) 대비 개인 금융부채 비율도 68.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득 대비 부채 원리금의 규모가 가장 높다는 의미이다.
갚을 능력에 비해 빚 규모가 지나치게 과다해졌지만 이자상환부담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가처분소득(총소득에서 세금 등 공과금을 제외한 금액)에서 이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3년 9.2%, 2004년 8.5%에서 지난 9월 8.3%로 줄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향후 금리가 상승할 경우 이자부담이 늘겠지만, 이자소득도 함께 늘기 때문에 이자상환부담이 계속해서 개선될지, 악화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이와함께 전체 가계부채에서 신용카드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3년 6.8%, 2004년 4.5%에 이어 지난 9월 3.7%로 낮아져 부채의 질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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