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했던 전용철(43) 홍덕표(68)씨가 각각 11월 24일, 12월 18일 사망하면서 농민들의 투쟁이 정부를 겨냥하기 시작했다.
‘전용철ㆍ홍덕표 살해 규탄 범국민대책위’와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 회원 100여명은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 앞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와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 문책, 허준영 경찰청장 경질, 현장 책임자 구속 수사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범대위는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한 집회에서 2명이 숨진 것은 처음”이라며 경찰청사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들과 강한 마찰을 빚기도 했다.
농민 측은 이어 오후 7시께 경찰청을 비롯해 전국 시ㆍ도 경찰청과 150여개 경찰서 앞에서 동시다발적인 촛불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22일부터 사흘간 청와대 농성에 들어갈 것이며 30일엔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농민들의 분노는 19일 노 대통령과 이해찬 국무총리의 진상규명 지시와 관련자 문책발언, 국정홍보처장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전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들 단체는 “대통령의 직접 사과와 책임자 문책이 따르지 않는 한 각종 집회와 시위를 철회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사망한 홍씨의 경우 외부 충격에 의한 목뼈 부상 외엔 다른 사인이 드러나지 않아 사실상 경찰의 과잉 진압이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먹혀 들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 역시 가격에 의한 사망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허 청장은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불행한 일이지만 경찰관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였다”고 밝혀 농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농민들은 또 경찰이 서울경찰청 기동단장의 직위 해제만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한다며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범대위 박웅두 대변인은 “대통령에게 직접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책임자 문책 외에도 농업 지원 등 현실적 조치를 세워달라는 주문의 성격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점점 난처한 입장에 몰리고 있다. 노 대통령이 19일 “책임소재를 밝혀 이에 따른 조치를 치를 것”이라 밝힘에 따라 허 청장이 경질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두 농민의 죽음은 충분히 애석한 일이나 당시 시위에서 많은 경찰관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며 섭섭함을 표시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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