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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아이야, 세상은 생각보다 힘들단다" 올리버 트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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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아이야, 세상은 생각보다 힘들단다" 올리버 트위스트

입력
2005.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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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올리버 트위스트’는 어른들의 세상에 막 눈을 뜨는 조숙한 아이들과 함께 볼 만한 영화다. 다만 그 아이들이 쏟아낼지 모를, 세상에 대한 불편한 질문과 막연한 분노는 기꺼이 감당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이 영화로 하여, 어둠은 두렵고 불쾌한 것이지만 그 어둠을 견디고 이겨야 아름다움이 깊어진다는 사실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영화는 ‘피아니스트’의 감독 로만 폴란스키가 만들었다(2004). 고아소년 올리버 트위스트가 겪는 역경을 통해 19세기 영국 산업화의 이면과 인간의 가치를 이야기한,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피아니스트’의 시나리오 촬영팀이 붙어 제작했다고 한다. 거장 데이비드 린의 작품(1948)이래 뮤지컬 등 영상과 활자를 통해 다양하게 우려진 작품인 만큼 그에게는 자신만의 차별적 미학을 담기 위한 고심이 있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두 아이(7살과 12살)를 위해 그들을 염두에 두고 이 영화를 찍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이야기는 어린 관객을 위한 것입니다.…그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아이들을 실망시키지는 않을 것이나, 이 영화로 하여 세상에 대해 꽤 심각한 실망감을 경험해야 할 것이다.

폴란스키는 이 영화에서 디킨스적인 매력, 곧 과장된 캐릭터를 통해 익살과 긴장을 유지하면서 보편과 본질에 다가서는 전술을 훌륭하게 영상화한다.

모노적 분위기로 이어지는 신흥 부르주아지 및 자본주의 관료들의 속물성, 악(惡)과 쉽게 결탁하는 변두리적 삶의 누추함은, 영화의 도입부에 언뜻 비친 아동 강제 노역장 벽면의 경구-God is Holy, God is Truth(신은 성스럽고, 신은 참되다)-와 겹치며 마음을 누른다.

걸출한 성격 배우 벤 킹슬리의 음산한 악마의 표정 연기며, 아역 배우들의 능청스러움은 영화의 두드러진 매력 가운데 하나다. 특히 주인공역을 맡은 ‘바니 클라크’(12살ㆍ촬영 당시 11살)는 순수하고 멜랑콜리한 표정과 음색으로 뇌까렸듯, “교회에서 쓰리(소매치기)를 하다 붙들려도 전혀 의심을 사지않을 얼굴”(대사의 한 구절)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29일 ‘필름포럼(옛 허리우드극장) 단관 개봉)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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