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 행보를 보여온 이란 대통령이 이번에는 서구 음악 금지령을 내렸다. 서방과의 정책 대립에 이어 서구 문화와 전쟁을 선언한 셈이다. 19일 외신들은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TV와 라디오에서 클래식을 포함한 서구 음악의 방송을 금지했다고 전했다. 그는 퇴폐적인 서구음악 대신 편안하고 혁명을 노래하는 이란 음악을 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테크노 리듬과 힙합이 울리던 테헤란 거리는 다시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로 복귀하게 됐다. 혁명 당시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서구 음악을 불법화하면서 많은 음악가들이 조국을 떠났다.
그러나 이란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자칭 ‘국민의 청소부’인 아흐마디네자드는 “사회의 순수하지 못한 모든 것을 쇠 빗자루로 쓸겠다”고 다짐했다. 그 자신부터 서구 스타일의 넥타이를 풀고 소박한 시장 패션을 고집하고 있다. 그의 베이지 색 점퍼는 20달러, 구두는 10달러로 알려져 있다.
그의 대선공약에는 도박을 금하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주식 거래를 금지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일용 노동자에게 국영농지를, 빈곤층에겐 국영회사의 지분을 나눠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 아흐마디네자드는 이란 내 서구문화를 이슬람 가치로 대체하는 작업을 벌여 왔다. 이란에서 문화부는 앞서 진보적인 무하마드 하타미 정권의 개혁 나팔수 역할을 해왔다. 이와 관련된 관리들은 이슬람 가치 수호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경질됐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이란의 광신주의’란 기사에서 아흐마디네자드가 종교적 환상에 젖어 있다고 분석했다. 그 스스로 “이란은 12세기 시아파의 이맘(종교지도자)인 마흐디 시대로의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슈피겔은 그의 파행적 정책들이 이란 내부의 지지 획득에 실패하면서 멀지 않아 쿠데타가 발생할 것이란 소문이 널리 퍼져 있다고 전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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