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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의미를 잃어버린 원천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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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의미를 잃어버린 원천기술

입력
2005.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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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기술만 있다면 논문 좀 잘못 됐다는 게 무슨 문제가 됩니까?” “지금은 줄기세포가 없어도 만들면 되잖아요.”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의혹이 각종 송년회의 화두가 되면서 이런 말을 수없이 들었다. 황 교수팀은 “줄기세포는 없지만 원천기술은 있다”고 강조했다. 그 원천기술이란 과연 무엇일까?

원천기술이 있다고 인정하려면 황 교수팀은 논문에 쓰인 대로 17개 난자에서 하나꼴로 환자의 체세포를 복제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어떤 체세포든 가능해야 한다.

2004년에 만들었는데 설마 못 하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체세포 복제기술이 개발된 후 한동안 수컷은 복제에 실패했었다. 쥐, 소, 양, 고양이가 복제됐지만 영장류는 아직 복제가 불가능하다. 1개의 성공사례를 11개로 일반화하는 것은 생물학 실험에선 쉽지 않은 얘기다.

황 교수팀은 초기 단계에서의 줄기세포 바꿔치기 의혹을 주장해 스스로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기술이 없음을 인정한 셈이 됐다. 복제배아를 배반포까지 배양한 것이 사실이라면 어쨌든 절반의 기술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확인하려면 이 배아가 복제된 것이고 배반포에 다다랐음을 사진이나 DNA분석 등을 통해 검증받아야 한다. 이 검증과정이 바로 ‘논문’이다. 논문 조작이 드러난 순간 전공자들이 원천기술이 무의미함을 알아차린 것도 이러한 이유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문제가 있어도 황 교수 연구를 지지하자”는 난치병 환자들의 절박한 심정이다. 황 교수의 연구에서 0.01%의 희망을 보는 환자들에게 “하지만 진정한 희망은 진실한 과학에서 나온다”고 말하고 싶다.

김희원 산업부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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