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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판에 몸 실어 한해 훌훌 털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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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판에 몸 실어 한해 훌훌 털어볼까

입력
2005.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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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 같은 내 자손들 만금 같은 내 자손들/내가 한 말 잊지 말고 자손 낳아 잘 길러라/자손 낳아서 잘 기르고 잘들 살아라/사람이 곧 세상이다.”(‘선택’중에서) 큰 만신과 작은 만신이 간절하게 한입으로 읊는 사설을 해금과 피리가 구성진 가락으로 감싸주니, 극장이 환하게 밝아 온다. 한민족의 근원적 심성, 굿을 무대로 치환시킨 연극 두 편이 송년에 갈음한다.

극단 현빈의 ‘선택’은 서울 진오기굿에서 영감을 얻은 무대로, 소설가 이문열씨가 쓴 동명의 소설을 극화한 것이다. 반페미니즘 문학이라며 페미니즘 진영으로부터 집중 성토되기도 했던 원작이지만 연출자는 원작자와의 상의 아래 굿의 신명에 초점을 두고 각색, 페미니즘 관련 시비거리를 멀리했다. 요컨대 악가무가 어우러진 놀이판으로 봐달라는 것.

부정거리에서 출발해 조상거리 대감거리 등을 거쳐 베가르기까지, 서울에 전승되고 있는 12거리굿을 다섯 마당으로 뽑아 올린 한판이다. 길흉을 알려주고 덕담을 주고 받는 등 객석과 어우러져 만드는 신명의 무대다. 연출 이용이, 김영화 강선숙 김규형 등 출연.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 이금미가 특별출연한다. 31일까지 인아소극장. 화~금 오후 7시30분, 토 4시30분 7시30분, 일 4시30분 (02)739-9973

극단 민예의 ‘어미 노래’는 대한제국에서 한국전쟁까지, 무당 어머니 슬하의 쌍둥이 형제가 겪은 얄궂은 운명이 굿을 만나 마침내 해원한다는 줄거리다. 각각 대감댁, 무당의 아들로 자란 두 형제는 남몰래 형제애를 키워 오다 전쟁 통에 원수로 갈라선다. 엇갈린 운명의 두 아들을 위해 어머니는 간절한 마음으로 굿을 올린다.

무대의 중심은 어머니와 만신 역을 번갈아 하는 이나현(26). 민요(‘정선아리랑’)와 ‘불상한 우리 어머니’등 15편의 창작 국악을 부르고 무당춤, 살풀이 등 무용까지 두루 연기하며 한의 실체를 보여준다. 경기도립 국악단 소속의 이씨는 경기민요 분야에서 재능을 보이며 극단 실험극장의 ‘서산에 해 지면 달 떠온단다’ 등 2년째 연극의 부름에 응해오고 있다.

1970년대 국내 연극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다 미국으로 옮겨간 극작가 장소현씨가 썼다. 극단 대표인 정현씨가 연출하고 출연도 한다. 차순배 승의열 등 출연. 31일까지 월~목 오후 7시30분, 금ㆍ토 4시 7시30분, 일 3시 (02)744-0686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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