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계속 하락하면서 원화강세 현상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이 낮아져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데, 내년에도 원화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달러화 약세가 국내 물가안정과 구매력 향상,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등으로 연결돼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리투자증권이 20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중 원화가 달러화 대비 평균 5.9% 절상돼 연평균 원ㆍ달러 환율이 967.5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내년 1ㆍ4분기 이후로 예상되는 미국의 정책금리 동결이 달러화의 기조적인 약세를 몰고 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원화강세 국면에서 어떤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할까. 우리투자증권이 2000년 이후 환율과 업종별 주가 민감도를 조사한 결과, 헬스케어 에너지 산업재 유틸리티 필수소비재 업종의 경우 환율이 하락할 때 주가가 오르는 흐름을 보였다.
황 팀장은 이에 따라 한국전력 대한항공 LG생활건강 등 유틸리티와 항공 필수소비재 업종의 비중 확대가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연료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한국전력은 원ㆍ달러 환율이 50원 하락할 경우 영업이익이 7.4%나 오르기 때문에 원화강세의 수혜를 톡톡히 입을 것으로 분석됐다. 대한항공도 환율이 50원 떨어질 때 영업이익이 525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증권 최혁진 연구원은 음식료 업종과 전기가스, 항공ㆍ해운 관련주들의 수혜를 점쳤다. 음식료 업종은 해외에서 수입하는 원재료 비용의 감소로 영업과 재무 측면에서 모두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됐다. 음식료 업종의 원화강세 수혜주로는 CJ 농심 삼양사 오뚜기 대상 오리온 삼양제넥스 동원F&B 등이 꼽혔다.
항공ㆍ해운 업종의 경우 달러화 기준 비용이 수입보다 커 비용 감소 효과가 발생하는데다, 항공기나 선박 구매에 따른 외화부채가 많아 외화 환산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누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표 수혜주로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한진해운 대한해운 현대상선 등이 지목됐다.
이 밖에 원재료 수입비중이 높은 풍산 LG석유화학 하이트맥주 포스코 등과 외화부채 비중이 높은 고려아연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등도 원화강세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양증권 김연우 연구원은 “수입원재료 비중이 높거나 달러 부채가 많은 국순당 오리온 오뚜기 신동방 삼천리 현대하이스코 태웅 등과 해외여행 수요 증가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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