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만 추워도 언덕길에서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뛰지 마라.” 초등학교에 입학한 다음 첫 겨울을 맞이했을 때 어머니가 내게 말했다. “그럼 뛰지 않고 걸으면?” “걸어가더라도 주머니에 손 넣지 마라. 언덕에선.” 학교 갈 때마다의 당부였다.
겨울만 되면 우리집에서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길은 거의 눈길이거나 얼음길이었다. 등 뒤에 가방을 메고 우리 형제는 집에서부터 언덕 아래 냇둑까지 단숨에 뛰어간다. 거기에서부터 학교까지는 냇물을 따라 썰매를 타거나 얼음 위를 걷는다.
그때는 눈길을 걸으며 자주 엉덩방아를 찧었다. 얼음판에서 바로 뒤로 넘어질 때도 많았다. 돌아보면 참으로 위험천만한 순간들이다. 썰매를 타다가도 넘어지고, 뛰다가도 넘어지고, 그래도 삼신할머니가 보살펴 크게 다치지 않고 자랐다.
어제 또 한 차례 눈이 내린 다음 고향집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에게 눈길에 조심해 다니시라고 당부했다. 그러자 어머니가 너도 눈길을 걸을 때 주머니에 손을 넣지 말고, 또 이쪽저쪽 차가 오는지 잘 살펴보고 길을 건너라고 했다. 그 소리를 40년도 넘게 듣는다. 아마 앞으로도 오래 들을 것이다. 어머니 앞에 우리는 여전히 그 시절이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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