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일 “미국이 신뢰의 기본 척도인 경수로 건설을 완전히 포기한 만큼 흑연감속로에 기초한 평화적 핵활동을 강화하는 사업을 순간도 멈출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북한 영변지역에서 이미 가동 중인 5Mwe급 실험용 원자로를 계속해서 돌리겠다는 이야기다. 조선중앙통신의 상보 형식을 통한 발표라 무게감은 떨어졌지만 북한이 대미 압박강도를 높여 가고 있음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북한은 하루 전에도 비슷한 주장을 내놓았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지난 16일 유엔총회에서 통과된 대북 인권결의안과 관련해 “국권을 지키기 위해 핵 억제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이 같은 행태는 최근 인권 및 위폐 논란을 앞세워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일종의 버티기로 해석할 수 있다. 미 국무부가 16일 한국 등 관련국에게 북한이 위폐를 만들어 왔음을 입증하는 증거를 브리핑하는 등 적극 행동으로 나선 만큼 북측으로서도 어떤 식이든 국면전환용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앙통신 상보는 특히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금호ㆍ신포지구 경수로 건설사업 종료 움직임에 대해 “미국이 협정 당사자인 우리와 사전 협의도 없이 협정을 파기한 것은 국제법과 규범을 유린한 횡포”라며 “미국의 핵 위협을 더 이상 느끼지 않게 될 때 가서야 핵무기가 필요 없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북측 대응은 말 그대로 ‘입만 살아있는 형국이다. 발표 말미에 대화를 거듭 제시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날 “미국은 금융제재를 당장 철회하고 호상존중, 평화공존 자세로 6자 회담장에 나오라”고 요구했다. 표현만 거칠었을 뿐 내용상으로는 북한이 꼬리를 내린 상황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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