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 세계무역기구(WTO) 시위 과정에서 홍콩 경찰에 연행된 한국인 시위대 1,000명 중 11명이 구속됐다.
홍콩 쿤퉁(觀塘) 법원은 19일 밤 불법집회 및 공공질서 위반 혐의로 경찰이 기소한 한국 시위대 11명에 대해 심야 구속적부심을 벌여 이들이 낸 보석신청을 기각하고 경찰의 구속 수사를 허가했다.
구속된 시위대는 양경규 민주노총 공공연맹 위원장을 비롯해 전국농민회총연맹의 박인환 강승규 김창준 남궁석 이영훈 윤일권 한동웅 이형진씨와 가톨릭농민회의 황대섭씨,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임대혁씨 등이다. 당초 한국인으로 알려진 시위자 1명은 미국 국적자로 밝혀졌다.
구속된 11명은 경찰로 신병이 정식 인계돼 경찰관 폭행, 공공기물 파손 등 혐의에 대해 계속 조사를 받게 되며 23일 정식재판에서 사실심리를 거쳐 유ㆍ무죄 및 형량이 결정될 예정이다.
이날 구속적부심에서 한국 시위대측 변호인을 맡은 스티븐 마오 변호사는 피의자들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 못한데다 자료 검토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휴정을 요청, 1시간 여 동안 재판이 중단되기도 했다.
앞서 홍콩 경찰은 이날 시위대 1,000명 중 여성 150명과 12세 남자 어린이 1명을 석방한데 이어 838명을 추가 석방했으나, 채증한 사진과 영상을 통해 경찰관 폭행, 공공기물 파손 등 폭력 시위 혐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 11명은 법원에 넘겼다.
홍콩 경찰은 17~18일 반(反) WTO 시위 과정에서 불법 시위 혐의로 모두 1,149명을 연행했으며 이 중 남성 850명, 여성 150명 등 1,000명이 한국인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시위자들은 석방 과정에서 경찰이 강제로 지문을 날인토록하고 수갑을 채웠으며 뺨을 때리기도 했다며 1시간여 동안 승차를 거부하고 농성했다.
홍콩 경찰은 일부 여성 석방자들로부터 해당 인권침해 사례를 서면으로 접수해 경찰 내 준독립기관인 내부감찰반(CAPO)을 통해 공식 조사할 예정이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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