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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대한민국 구하기

입력
2005.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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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파문으로 심란한 국민들에게 진짜 딜레마가 닥쳐오고 있다. 서울대 진상조사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가 관건이다. 배아줄기세포가 애초에 있지 않았고 원천기술도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 차라리 고민할 게 없다.

그 반대의 경우가 걱정이다. “줄기세포가 실재한다”거나 “그것이 현재는 없지만, 전에 있었고 원천기술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할 때 어찌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런 경우 황 교수의 거취문제가 골치 아픈 숙제거리가 된다. 줄기세포가 있다고 하니 천만다행이지만 황 교수 개인은 국가가 어디까지 부축해야 하나. 황 교수와 줄기세포프로젝트를 한 묶음으로 살릴 것인가, 아니면 떼어서 분리 대응할 것인가.

한 달 넘게 계속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엄청난 파장과 의혹에도 불구하고 황 교수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여전히 적지 않다. 영롱이와 스너피까지 의심 받는 상황 속에서도 많은 네티즌들이 황 교수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서울대 조사결과가 애매모호하게 나오면 사태는 더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이번 사건은 오랫동안 미궁으로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예컨대, 원천기술은 확인됐지만 줄기세포가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고, 더 나아가 검찰수사로 이어지는 경우다. 사태가 장기화하고 지루한 여론 공방이 계속되는 와중에 황 교수가 예고한 대로 새 논문이 국제 학술지에 발표돼 ‘황우석 구하기’ 여론이 힘을 배가하게 된다. 진실규명은 본류에서 밀려나고 국익적 저울질과 음모론이 중심화제로 떠오르는 복잡다기한 상황으로 전개되기 십상이다. 그런 여건은 지난 주 황 교수가 공개적으로 ‘줄기세포 바꿔치기’를 주장함으로써 이미 조성됐다.

이 모든 혼란과 딜레마의 근저에는 국익, 애국심, 국가명예와 같은 일반적 선(善)의 가치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문제풀기가 더 어렵게 되어 있다. 빨리 끝장을 보고 싶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허위로 드러날 바에야 차라리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기를 바라는 게 혹시 많은 국민들에게 잠재한 정서가 아닐까. ‘줄기세포=황우석’이라는 등식이 우리의 심리저변에 깔려 있는 것도 초점을 흐리게 한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명백하고,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진실한 대목이 있다.

무엇보다 황 교수의 공신력에 크게 금이 갔다는 사실이다. 현재로서 드러난 진상, 다시 말해 황 교수가 뒤늦게 인정한 ‘인위적 실수’가 있었고, 그래서 사이언스 논문을 철회하겠다고 말한 사실만큼은 불변의 진실이다. 또 하나 분명한 것은 줄기세포 프로젝트는 누가 맡든 계속되어야 하며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번 파문이 앞으로 어떻게 굴절하고 반전하든지 이 두 개의 포인트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스캔들은 과학계 내부의 제보에서 시작됐다. 백기 항복한 MBC를 다시 살려낸 것도, 황 교수를 만신창이로 만든 사태의 극적 반전도 과학계 사람들의 과학적 관찰에서 비롯됐다.

결국 이번 사태수습의 척도는 국민여론이나 일부 언론의 주의주장 또는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과학계 내부의 보편적 판단기준에 맞춰져야 한다. 그래야 종국에 국민들도 수긍한다.

안타깝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수습은 빠를수록 좋고 분명하게 드러난 진실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수습이 잘못돼 과학계가 분열하고 국민여론이 양분되면, 상처는 더 커진다. ‘황우석 구하기’보다 ‘줄기세포 구하기’보다 ‘과학한국 구하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구하기’이다.

송태권 경제부장 songt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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