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기(45ㆍ해사 38기) 해군 중령이 한국 군인으로는 이례적으로 세계적 권위의 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랐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파견근무 중인 그는 ‘동북아 해양 전략’(Naval Strategy in Northeast Asia: Geo-Strategic Goals, Policies and Prospects)이라는 제목의 박사학위 논문 등 연구 성과가 인정돼 미국의 ‘마르퀴스 후즈 후(Marquis Who’s Who)’ 2006년 판에 이름이 올랐다. 100여 년 역사의 이 사전은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IBC) 및 미 인명정보기관(ABI)과 함께 세계 3대 인명사전으로 꼽힌다.
영국 헐 대학교 박사학위 논문인 ‘동북아 해양 전략’은 1999년 영국 프랑크 카스 출판사에서 나와 현재 미국 국방대 및 해군대에서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미ㆍ일ㆍ중ㆍ러 등 4대 강국의 해양 전략을 치밀하게 분석한 내용이다.
“지난달 초 마르퀴스 후즈 후 측이 이메일을 보내 가문의 영광이라며 축하한다고 하더군요.” 20일 낮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김 중령은 군인 신분이고 해서 알리지 않으려 했는데 국방부 홍보 관계자 친구가 아는 바람에 알려지게 됐다며 겸손해 했다.
김 중령은 NSC 위기관리센터에서 국제테러 및 사이버 안전 분야 기획업무를 맡고 있다. 또 10개국 해양안보전문가들이 참여해 영토분쟁, 해적, 해양 테러 등에 관해 연구하는 ‘EEZ(배타적 경제수역) 워킹 그룹 21’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한국인이다.
그는 중국 해군 전문가로도 꼽힌다. 2000년 ‘21세기 중국 해군’(한국해양전략연구소 발행)를 펴내기도 했다. “올해가 명나라 때 제독 정화가 동아프리카까지 대항해를 한 600주년입니다. 청나라가 북방 변경에 무게를 두면서 중국 해군이 쇠퇴했지만 지금은 전략핵잠수함을 건조 중이며 인도양으로 진출하려 하지요. 일본 역시 5번째 이지스함을 건조 중이며 2차 대전 당시의 88함대를 재건하려는 의지를 보입니다. 러시아도 태평양함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고요. 우리로서는 정말 만만치가 않지요.”
해군에 입문한 것은 “해군 제복을 입은 고교(남대전고) 선배를 우연히 본 뒤 바다를 선망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 중령은 평소 우리 해군이 충무공의 후예라는 점을 강조한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하는 전술을 개발하고,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여준 이순신 장군이야말로 해군 지도자의 표상이지요. 그런 전통이 있는 만큼 지금도 이순신 같은 전략가와 장보고 같은 해양 개척자가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두 분을 늘 염두에 두면서 전략 연구를 심화시켜 국가 안보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사진 배우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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