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학벌 논쟁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대학이 있다. 졸업장이 목표가 아닌, 진정한 ‘배움’을 구하는 이들이 모여드는 대학.
1990년대 초 인기 드라마 ‘아들과 딸’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극중 ‘후남’이 처럼 성실하고 배움의 의지가 도드라졌던 사람들이 다녔던 학교 이름을 금세 떠올릴 수 있다. 72년 개교 이래 우리나라의 평생 교육과 원격 교육을 선도해 왔음을 자부하는 한국방송통신대다.
언제 어디 누구라도
방송대는 시간과 지리의 한계를 넘어선 학교다. 대학 최초로 TV 교육방송인 OUN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 라디오 강의, 인터넷 강의 등 첨단 교육 매체를 이용해 직장인 누구라도 쉽게 다가설 수 있다. 원격 대학의 약점으로 지적받고 있는 교수와 학생 사이의 피드백, 동급생 및 선ㆍ후배 간의 유대감 약화는 굳이 크게 문제 삼지 않아도 된다. 방송대는 전국에서 캠퍼스가 가장 많은 대학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전국 14개 시ㆍ도 지역대학과 35개 시ㆍ군 학습관 등 가까운 지역 캠퍼스에서 원격영상 전용 강의실, 멀티미디어 도서실 등 최적의 교육환경을 누릴 수 있다. 이곳은 강의가 없는 날에도 학생들의 그룹 스터디를 위한 장소로, 시민 교양 강좌와 독서 토론회 등 지역 주민의 문화센터로 훌륭히 활용된다.
선진국의 경우 시민대학이나 개방대가 지역 주민에게 평생 교육과 정보 교류의 장 노릇을 하듯, 방송대의 전국 캠퍼스 역시 재학생 뿐 아니라 지식 정보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지역 주민의 학습 욕구를 채워주고 있다.
새 인생ㆍ평생 대학
방송대는 나이와 경력을 초월해 단지 공부가 좋아서 들어오는 사람이 많다. 매년 증가하는 4년제 대학 출신 편입자 수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들은 대부분 예전에 배웠던 것과 다른 전공을 배우기 위해 문을 두드린다.
2005년엔 4년제 대학 졸업생이 전체 편입생의 34%를 차지했다. 대학 졸업과 취업 이후에도 자기 계발을 위해 또 다른 전문 교육을 받고 싶어하는 개인의 욕구, 사회적 요구가 강해진 탓이다.
가령 영문과는 유아 영어교육이 붐을 이루는 상황에서 직접 자녀를 가르치겠다는 주부들이 지원하고 있으며, 중문과는 중국의 잠재력이 부각되면서 박진 국회의원, 권영수 LG전자 부사장 등 정치ㆍ경제계 인사들이 많이 찾는 학과가 되었다.
경제 원리와 법 기초에 대한 학습이 절실해지는 요즘 이에 대한 갈증을 채워줄 수 있는 법학과와 경제학과 역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학과다. 방송대의 2005년 현재 누적 졸업생 수는 약 35만명으로 국내 최다이다.
그렇다고 해서 학사 관리를 소홀히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방송대는 엄정한 학사관리로 정평이 나 있다. 올해 1학기 등록자 수는 18만여명이었지만 2학기에는 13만5,000여명만이 등록했다. 깐깐해서 방송대 다니기 힘들다는 말도 나온다.
입대ㆍ학비 걱정 NO
방송대는 입학 시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대학별 고사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으며 매년 상승하는 대학 등록금 문제에서도 한결 자유로운 대학이다. 방송대는 따로 입학시험이 없다. 수능 점수가 없어도 고졸자는 최종학교 내신성적으로, 타 대학 출신자는 대학 성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모집 정원의 10%는 연장자 우선으로 뽑으며 학과마다 정해진 자격증 소지자나 관련 직종 근무자를 일정비율 내에서 특별전형을 통해 선발한다.
학기당 등록금이 약 30만원 정도에 불과하면서도 성적 우수 장학금이나 학생 후생 복지 장학금 등 다양한 장학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재학생 병역 연기 혜택은 방송대 학생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현역 대상 입영자는 24세까지 병역을 연기할 수 있다.
여인 천하 방송대
방송대 재학생의 70%는 여성이다. 교육학과 유아교육과 가정학과 영문학과 국문학과는 과별로 각각 여학생수가 1만명이 넘는다. 늦게 배움에 눈 뜬 주부들이 가사와 자녀 교육을 병행하며 강의실로 몰려든다.
방송대에선 이들을 ‘공부하는 주부’, 즉 ‘공주’라 부른다. 학교에서의 파워만큼 사회 각계에서 활동하는 방송대 출신 여성들의 활동은 눈부시다. 17대 국회에선 김영주(열린우리당ㆍ국문학) 박순자(한나라당ㆍ환경학) 의원이 활약 중이며 경제계에선 박은미(경영학) 웅진닷컴 상무, 이미자(경영학) AW컨설팅 대표 등이 활동하고 있다.
이 밖에도 영화배우 심혜진(미디어영상학), 탤런트 김미숙(유아학), 가수 하춘화(가정학) 남궁옥분(가정학)이 이 대학 출신이다.
박원기기자 one@hk.co.kr
■ 조규향 방송대 총장 "대학 졸업자들에 인기"
한국방송통신대 조규향 총장은 방송대가 진정한 평생교육의 파수꾼이라는 점에 큰 자부심을 나타냈다. 조 총장으로부터 방송대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봤다.
_최근 방송대의 두드러진 변화상이 있다면.
“대학 졸업자들이 대거 찾고 있다. 대학을 나와 직장을 다녀도 정보 사회의 지식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또 다른 전문 교육을 원하게 된다. 2005학년도 편ㆍ입학 지원자 3명 중 1명 꼴인 2만여명이 학사학위 소지자다.”
_원격교육 분야는 다른 사이버대와 경쟁 관계에 있는데….
“우리 대학은 인터넷뿐 아니라 방송이라는 친숙한 매체를 활용하므로 교육 연령대가 다양하다. 또한 33년간 쌓아온 교육 노하우와 엄정한 학사관리, 높은 졸업생 평판도 등이 우리의 강점이다.”
_방송대 졸업생들의 장점은 무엇인가.
“능력과 함께 성실성을 갖춘 인재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다. 2004년 3급 이상 고위공무원 출신 대학은 우리 대학이 5위이고 중앙부처 4급 이상 공무원으로 따지자면 서울대에 이어 2번째다. 지난해 한국갤럽 조사에선 응답자 10명 중 7,8명이 방송대 졸업생에 대해 ‘성실하다’ ‘적극적이다’라는 평가를 했다.”
_재교육과 평생학습에 대한 평소 생각은.
“재교육ㆍ평생교육은 국가와 기업 발전에 무척 중요하다. 대학 교육이 고교를 졸업한 대학 진학자에 치중돼 있는데 대학은 보다 다양한 연령층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계속 학습이 가능한 방송대의 역할은 무척 의미있고 중요하다.”
박원기기자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이렇게 뽑아요"
한국방송통신대는 국내에서 유일한 국립 원격대학으로 현재 4개 대학 21개 학과의 학부과정과 6개 학과의 평생대학원 교육과정을 운용하고 있다.
방송대는 현재 2006학년도 신입생 5만9,700명과 편입생 9만6,646명 등 총 15만6,346명을 모집하고 있는 중이다. 인터넷 접수는 12월29일까지이며 창구접수는 대학로에 위치한 대학본부, 지역대학, 시ㆍ군 학습관에서 ▦신입생 1월4~9일 ▦편입생 1월11~17일 이뤄진다.
신입생은 입학시험이 따로 없으며 고교(검정고시 포함) 성적, 원하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으로도 지원 가능하다. 편입생 선발은 출신대학(전문대학 포함)의 전학년 성적에 근거한다. 정원의 10%를 연장자 우선으로 뽑으며 학과마다 정해진 자격증 소지자 및 관련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특별 전형을 노려볼 수 있다.
외국어 경쟁력을 키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영문과 중문과 일본학과 등이 인기를 얻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1급 보육교사와 2급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유아교육학과, 평생교육사나 청소년지도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교육학과가 인기이다.
방송대는 집이나 직장에서 가까운 곳을 골라 수업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출석수업 방송대학TV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공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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