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클래식 음악계 풍경에는 다양한 무늬가 보인다. 많은 변화와 진통, 반가운 소식과 시끄러운 논란이 뒤섞인 한 해였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공연장이 늘어난 것. 서울과 수도권에 새 극장들이 잇달아 문을 열어 무대가 넓어졌다. 국내 양대 교향악단인 서울시교향악단과 KBS교향악단의 법인화는 음악계의 관심이 집중된 이슈다. 음악 팬들이 가장 반긴 뉴스는 피아니스트 임동민 임동혁 형제의 쇼팽 국제콩쿠르 공동 3위 입상일 것이다. 반면, 국내 음악계 최고의 패트런이었던 박성용 금호문화재단 이사장과 음악평론가 한상우씨의 별세는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공연장의 증가
서울 예술의전당에 버금가는 대규모 복합 공연장이 지난해 고양, 안산, 오산에 생긴 데 이어 올들어 이보다 규모는 작지만 내실 있는 시설로 서울에 충무아트홀, 나루아트센터,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성남에 오페라극장과 콘서트홀을 갖춘 성남아트센터가 문을 열었다.
성남아트센터가 특히 의욕적이었다.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 독창회,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신데렐라’ 등 큰 공연을 단독 유치함으로써 서울의 주요 공연장과 경쟁을 선언했다. 성남아트센터가 자체 제작한 오페라 ‘파우스트’(연출 이소영)는 올해 국내 제작 오페라로는 최고의 작품으로 꼽을 만 하다.
새 극장들이 저마다 자체 기획 프로그램으로 개관 페스티벌을 펼침에 따라 올해는 어느 해보다 공연이 많았다. 특히 가을에는 정신 못 차릴 만큼 많은 공연이 폭주했다. 하지만 관객도 그만큼 늘어난 것은 아니어서 예년 같으면 흥행을 별로 염려하지 않았을 공연도 객석 을 얼마나 채울 수 있을지 고민해야 했다. 갑자기 늘어난 이 많은 공연장의 가동률을 높이고, 관객을 불러 모으고, 공연의 품질을 높이 유지하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다.
시끄러웠던 이슈
서울시향은 올해 전단원 오디션에 따른 격렬한 반발과 진통 끝에 세종문화회관에서 독립했다. 사실상의 재창단, 새 출발이다. 단원의 3분의 1이 바뀌는 대변혁이 이뤄졌고 정명훈이 상임지휘자로 영입됐다. 내부 정비를 마친 서울시교향악단은 바야흐로 세계적 교향악단으로 성장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고 있다.
서울시향이 겪었던 진통이 지금 KBS교향악단에서 벌어지고 있다. 내년 3월 법인화 방침을 놓고 단원들은 홀로 설 준비도 없이 내 쫓으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오케스트라 발전의 방안으로 꼭 독립법인화가 정답이냐는 의문도 있지만, 이는 대세다. 서울시향과 KBS교향악단이 국내 오케스트라를 대표하는 단체라는 점에서 이 두 단체의 변화는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애국가’ 저작권료 논란도 시끄러웠다. 애국가도 돈 내고 불러야 하느냐는 네티즌들의 반발로 시작된 논쟁은 결국 작곡가 안익태의 스페인 유족들이 애국가를 한국에 무상 기증하는 것으로 끝났다.
화제의 공연들
가장 큰 관심과 화제를 모은 것은 러시아 마린스키극장의 바그너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와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베를린필의 20년 만의 내한 공연이었다.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이끌고 온 마린스키 프로덕션의 4부작 ‘니벨룽의 반지’는 이 대작의 전막 한국 초연이라는 획기적 사건으로 남았다. 지휘자 게르기예프가 이끌고 와서 올린 이 작품의 완성도는 매우 높은 것이었고, 관객들에게는 벅찬 경험이 되었다.
사이먼 래틀이 지휘한 베를린 필의 내한공연은 이 악단이 지녀온 부동의 명성과 실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동시에 래틀 이후 이 악단이 좀 더 진취적이고 젊어졌음을 과시하는 무대였다.
개인 연주자 가운데는 3년 간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를 마친 피아니스트 최희연이 돋보인다.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이 공연은 열성 팬들로 매진 행진을 했다. 이밖에 한양대 음악연구소가 주최한 국제 바흐 페스티벌은 외국의 명 연주자들과 단체를 초청해서펼친 국내 첫 원전연주 페스티벌로서, 짜임새 있는 기획과 수준 높은 공연으로 볼 때 내실과 의의 면에서 으뜸으로 꼽고 싶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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