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벤젠이 도시인들의 삶에 위협적인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벤젠은 콜타르에서 얻어지는, 특유의 냄새가 있는 무색의 휘발성 액체. 자동차 휘발유에서부터 우리가 일상에서 늘 가까이하거나 사용하는 담배와 치약, 애완동물 사료에까지 광범위하게 포함돼 있는 물질이다.
국제암연구센터(IARC),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벤젠을 ‘확실한 발암성 물질’로 규정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이에 대해 전혀 무방비 상태다. 보건복지부가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벤젠 지수는 일본(0.94ppb), EU(1,5ppb) 등 선진국의 기준을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6배까지 초과하고 있을 정도다.
KBS 1TV ‘환경스페셜’이 21일 방영하는 ‘벤젠, 도시를 공격하다’ 편은 이런 한국 사회의 ‘벤젠 위기’를 다룬다. 제작진이 지난 달 14일부터 이 달 9일까지 서울 전역의 벤젠 지수를 측정한 결과, 교통량이 가장 많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 됐던 광화문 지역의 벤젠지수는 0.88%였다.
오히려 타워팰리스로 대표되는 ‘부자 동네’ 도곡동의 벤젠 지수가 1.28%에 달했다. 전문가들을 동원한 풍속 측정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원인은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로 인해 바람이 멈춘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지역의 경우 풍속이 초속 0.4㎙에 불과해 서울시 평균인 초속 2.0㎙에 크게 못 미쳤다.
제작진은 이와 더불어 흡연 습관이 있고 자동차로 주로 이동하는 보험회사 판매원 A씨와 담배를 피우지 않고 걸어서 회사에 출근하는 B씨의 비교를 통해 생활 속의 벤젠 접촉량을 측정해 봤다. 실험 결과 두 사람의 벤젠 접촉도는 2.5배 가량 차이가 났다. 또 가정 내에서는 화학제품으로 만들어진 장난감이 많은 어린이들의 방이 거실보다 벤젠 지수가 훨씬 높았다.
‘벤젠, 도시를 공격하다’ 편을 제작한 이재오 PD는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선 주유소나 도로변 주택의 경우 소아백혈병 발병율이 다른 곳에 비해 4배 이상이란 연구 조사가 있었다”며 “벤젠 지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조사가 없는 한국의 경우 그 위험성이 더 높을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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