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이순신이 남긴 난중일기를 안방에서 원문으로 샅샅이 찾아볼 수 있게 됐고, 고전 연구자들도 도서관 등을 돌아다니며 어렵게 원문 자료를 찾아보는 수고를 상당부분 덜 수 있게 됐다. 추사 김정희의 멋진 글씨와 역대 조선 임금들이 남긴 어필(御筆)도 인터넷을 통해 쉽게 감상할 수 있게 됐다.
훈민정음, 삼국유사, 초조대장경, 난중일기, 징비록 등 중요 문서, 문헌, 편지 등을 담은 국가기록유산포털(www.memorykorea.go.kr) 구축 1차 사업이 완료돼 20일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에 따라 이들 주요 전적류들을 열람하기 위해 소장처나 소장자를 방문, 허락을 받는 등의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인터넷으로 어디서든 필요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문화재청이 3년의 작업 끝에 완성한 국가기록유산포털에는 국보 8건, 보물 529건 등 국가지정문화재와 시ㆍ도 유형문화재, 민속자료 등 모두 930건의 전적문화재가 디지털 자료로 축적돼 있다. 이 가운데는 원본 소장자가 공개를 꺼리는 80건도 포함돼 있어 실제로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자료는 850건이다.
각각의 자료들은 서지 정보와 해제, 원문 이미지, 원문 텍스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수록된 사진 이미지들은 고해상도로 촬영됐기 때문에 원문의 확대이용이 가능하다. 물론 필요한 내용을 프린트해서 출력할 수도 있다. 이렇게 촬영된 분량은 무려 36만 페이지에, 글자 수로는 5,000만자에 달한다. 초서 등 제대로 알아 보기 힘든 흘림체 글씨에는 정자체의 텍스트까지 곁들여져 있다.
국가기록유산포털의 또 다른 특징은 검색 서비스가 다양하다는 점이다. 한글은 물론이거니와 한자, 심지어 이두를 입력해도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으며 두음법칙, 동형이음(同形異音)까지 구별해 자료가 검색된다.
기본적으로 자료들을 국보, 보물 등으로 분류해 놓았지만 시대별 형태별 형식별 등으로도 분류해 자료 찾기가 매우 편리하다. 이마저도 번거로우면 포털 내에 전체 문화재를 전시한 가상의 박물관 ‘사이버관’으로 들어가면 된다. 이 곳의 ‘전적실’ ‘고문서실’ ‘서예실’ ‘영상실’ 등의 방을 돌아다니면 필요한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국가기록유산포털의 구축은 일반인이 누구나 자료를 접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열람에 따른 문헌의 훼손과 도난 등 불의의 재난에 대비한 영구 보전 체계를 구축했다는 장점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문화재청은 일단 이번에는 원문 서비스만 제공하되 한글 번역본 서비스는 내년 하반기부터 시작할 방침이다. 또 외국에 있거나, 추가로 지정되는 전적 문화재에 대해서도 수시로 디지털 자료를 업그레이드해 그 내용을 신속하게 포털에 올린다는 방침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우리 선조는 ‘조선왕조실록’ 등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놀라운 기록 문화를 남겼다”며 “첨단 IT 기술과 인터넷 환경을 바탕으로 구축된 국가기록유산포털은 실록 등 중요 기록물을 보관했던 조선시대의 사고(史庫)를 온라인 상에서 부활시킨 것”이라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문화재청은 포털 개통을 기념, 20일 오후 2시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념행사 ‘클릭, 국가기록유산’을 연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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