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인천 전자랜드는 제이 험프리스를 감독으로 모시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한국농구연맹(KBL) 규정에 외국인 감독 영입에 관한 조항을 새로 만들게 했을 정도. 그러나 그렇게 힘겹게 사상 첫 외국인 감독 자리에 오른 험프리스는 최근 팀으로부터 ‘잠시 휴식’을 명령 받았다. 선수들의 경기 자료를 분석하는 조언자 역할을 맡겼지만 사실상 경질의 전 단계다.
전자랜드측은 “이호근 감독 대행 체제의 성적이 좋다면 정식으로 경질 할 수도 있다”면서도 “팀 성적이 나아지면 험프리스가 다시 복귀할 수도 있다”는 알쏭달쏭한 말을 하기도 했다.
국내 첫 외국인 사령탑의 영입이 실패로 끝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성적 부진이다. 전자랜드는 시즌 초부터 연패를 거듭하며 ‘붙박이 꼴찌’가 된지 오래다. 선진농구 접목이라는 특명을 받고 지휘봉을 잡은 험프리스가 성적이 부진하면 감독부터 경질하고 보는 한국 농구의 관행을 극복하지 못한 셈이다. 험프리스는 선수들의 연공서열이 코트 안의 플레이까지 이어지는 한국 농구 문화의 후진성을 일갈해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복귀의 여지는 남아있지만 험프리스 감독의 2선 후퇴는 성급한 측면이 많다. 험프리스는 기회 있을 때마다 “내가 원하는 농구를 하려면 최소 2,3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험프리스는 부임 7개월 만에 낙마했다. 이는 험프리스와 선수들간의 1차 걸림돌인 언어와 문화의 충돌을 줄이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더구나 ‘특급용병’ 앨버트 화이트가 부상에서 돌아와 팀을 다시 추스릴 시점에서 뜻밖에 대기 발령 조치를 받아 아쉬움이 더욱 크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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