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서 시작된 줄기세포 의혹이 황 교수 연구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황 교수가 이미 논문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한 후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발빠르게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과학자들의 인터넷 사이트와 외신 등에서 더욱 빠른 속도로 과거 연구에 대한 의혹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에는 해외 과학자들까지 언론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2004년 사이언스 논문, 세계 최초 체세포 복제개 스너피, 국내 첫 체세포 복제소 영롱이 등까지 의혹이 번지고 있다.
◇ 2004년 사이언스 논문
19일 인터넷 사이트 브릭(BRIC)과 과학갤러리에는 황 교수의 2004년 2월 ‘사이언스’ 논문(2003년 12월 제출) 속 줄기세포 사진과 미즈메디 연구팀의 2004년 5월‘스템셀(줄기세포)’논문(2003년 11월 제출) 속 사진이 겹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미즈메디 연구팀이 2003년 12월‘분자와 세포’에 실은 또 다른 논문에도 황 교수의 2004년 논문과 같은 사진이 2장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15일에도 미즈메디팀이 ‘생식생물학’에 발표한 논문 속 사진이 황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 속 사진과 같다는 지적이 사실로 확인돼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논문을 철회한 적이 있다.
두 경우 모두 미즈메디 논문은 잉여배아에서 만들어진 수정란 줄기세포, 황 교수 논문은 사람의 체세포를 복제한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다룬 것이기 때문에 같은 세포여서는 안 된다. 생식생물학 논문의 제1저자인 천선혜(미즈메디연구소)씨는 당시 사진 관리를 잘못한 결과라고 해명했지만, 황 교수팀과 미즈메디연구팀의 ‘사진 일치’는 단순한 일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황 교수의 2004년 논문에 대한 문제는 해외 언론에서 먼저 지적됐다. 영국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14일)와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16일)는 “논문 속 DNA 지문분석 데이터가 한쪽으로 기운 모양이어서 손으로 그린 듯한 흔적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기사들은 세계적 복제 전문업체인 미국의 ACT사 마이크 웨스트 박사, 존스홉킨대 존 기어하트 박사 등 명망있는 학자들의 문제 제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황 교수의 2004년 논문이 복제배아가 아닌 처녀생식에 의한 배아여서 이를 가리기 위해 DNA 지문 데이터를 조작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일고 있다. 이 논문은 세계 최초로 사람의 복제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 획기적 업적이며 황 교수 자신이 “2004년 성과가 있는데 2005년 논문을 조작하겠느냐”고 반문했던 근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논문의 초록에는 “처녀생식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 들어있다. 황 교수는 또 2004년 6월 7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2003년 가을 예기치 않은 실험실 정전으로 줄기세포의 전단계인 세포덩어리(콜론)가 2개만 남고 모두 죽어버렸다” 고 공개한 적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해 12월 9일(논문제출일)까지 줄기세포주의 수립을 마쳤다는 것이 돼 역시 너무 급속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만약 2004년 논문도 조작으로 확인된다면 황 교수팀이 목놓아 주장하던 ‘원천기술’에 대한 기대는 완전한 물거품이 되고 만다. 또 ‘사람의 복제배아에서도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는 중요한 생명과학 진전의 발걸음을 되돌려 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 복제동물 스너피, 영롱이
미 타임지가 올해 최고의 발명품으로 손꼽은 복제개 스너피와 국내 첫 체세포 복제소 영롱이도 검증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일고 있다. 스너피와 영롱이가 시간을 두고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가 아니냐는 의혹이다. 즉 배아를 여러 개로 나누어 하나를 자궁에 이식해 한 개체를 먼저 태어나게 한 후 나중에 또 다른 하나를 태어나게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배아를 여러 개로 나누는 할구분할 복제는 일란성 쌍둥이와 마찬가지로 똑 같은 DNA를 공유하게 된다. 이는 체세포 복제보다 먼저 개발된 기술로 황 교수도 이 분야의 전문가로 연구 인생을 시작했다.
하지만 스너피와 영롱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2004년,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데이터 조작 같은 구체적 물증은 아직 없다. 다만 영롱이 탄생에 대해 황 교수가 이렇다 할 학술지에 논문을 싣지 않았다는 점, 영롱이가 복제동물로서는 드물게 새끼까지 낳고 건강하게 장수하고 있는데도 후속 연구가 없다는 사실 등이 의심스러운 정황 증거로 부각될 뿐이다. 스너피는 8월 네이처에 논문이 실렸다.
의심이 커지는 더 큰 이유는 “한번 조작을 했다면 다른 논문은 제대로 했겠느냐”는 심증이다. 2002년 최대의 과학 사기극 장본인인 벨 연구소의 얀 헨드릭 쇤의 경우, 결국 그의 모든 논문에 대한 조사로 번졌고 박사학위 논문에도 데이터를 조작한 사실이 확인돼 학위를 박탈당했다.
황 교수는 2005년 사이언스 논문 조작을 사실상 시인했고, 2004년 논문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어서 塑?스너피, 영롱이에 대한 검증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스너피를 만들기 위해 체세포를 제공한 어미 개(영롱이의 경우는 세포만 남아있음)와 스너피의 DNA를 비교해 세포핵의 DNA 지문은 정확히 일치하고, 미토콘드리아(세포질) DNA는 불일치하는 결과를 얻는다면 체세포 복제동물이라는 것을 단박에 인정받을 수 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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