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조사위원회가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 18일부터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와 연구팀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한 데는 16일 이후 황 교수와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 미국 피츠버그대 김선종 연구원 사이에 벌어진 진위공방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황 교수의 잘못이 본인과 노 이사장, 김 연구원의 입을 통해 터져 나와 ‘예비조사 후 필요 시 본조사’라는 계획은 의미가 없어졌다. 조사위 간사 역할을 하고 있는 노정혜 서울대 연구처장도 “잇따른 돌발 변수 때문에 조사 일정과 순서를 재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선적인 조사대상은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 기재된 데이터 자체에 대한 의혹이다. 물론 지금까지 거론되던 사진 중복, DNA 지문의 유사성 등은 대부분 황 교수가 기자회견을 통해 시인했지만 진짜 줄기세포의 개수는 세 사람의 증언이 달라 규명할 필요가 있다.
조사위는 이날 수의대 실험실에 대한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실험노트와 데이터 등 관련 자료를 받아 분석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위 관계자는 “수의대 안에서 본격적인 조사가 1주일 정도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장선상에서 황 교수팀이 실제로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관련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지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노 이사장의 의혹 제기로 이 부분에 대해 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조사위는 이를 위해 논문에 나온 실험 전체를 재연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또한 원천기술의 존재 유무를 규명하기 위해 2005년 이전의 연구성과에 대해서도 조사할 가능성이 있다. 노 처장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잘못이 있다면 어디에서 누가 왜 잘못했는지 밝히는 것도 조사위의 임무”라고 말해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리기 위한 서울대의 의지를 표현한 바 있다.
조사위는 황 교수가 제기한 ‘미즈메디병원의 줄기세포 바꿔치기 의혹’에 대해서도 규명작업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조사 대상에는 황 교수팀뿐 아니라 노 이사장, 용의선상에 오르고 있는 김 연구원과 한양대 의대 윤현수 교수 등도 포함돼 있다.
조사위는 황 교수가 동결 보존했다는 줄기세포의 DNA 지문분석을 조만간 실시할 예정이다. 이것이 미즈메디병원의 것으로 판명날 경우 범인을 잡기 위한 검찰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검찰은 과학계의 검증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사위에서 일정한 결과가 나올 경우 검찰이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 검찰 내부에서는 내년 1월부터 조사가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사위가 어떤 식으로 조사를 벌이든 결과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감을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서울대가 총장 직속의 독립적인 기구를 만들기는 했지만 조사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황 교수의 논문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해온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줄기세포는 없으나 원천기술은 있다”는 정도로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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