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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눈 속의 멧돼지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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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눈 속의 멧돼지 사냥

입력
2005.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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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지방에 열흘 넘게 눈이 내린 곳이 있다. 지겹기도 하겠지만 비닐하우스 등 농작물의 손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함께 뉴스를 보고 난 다음 고등학교에 다니는 우리집의 청년학도가 묻는다.

“아버지 어릴 때에도 대관령에 눈이 열흘쯤 계속 온 적 있어요?” 그래서 어린 시절로 기억을 되돌려보았는데, 삼사일 계속 한시도 그치지 않고 내렸던 적은 있는 것 같은데 열흘 계속 그랬던 적은 없는 것 같다.

그곳은 눈이 하루만 내려도 1m가 넘게 내리는 곳이다. 삼일쯤 계속 내리면 초가집은 처마에 눈이 닿는다. 아마 열흘쯤 그런 식으로 내린다면 온 산의 골짜기가 모두 눈에 파묻혀버릴 것이다.

그 눈 속에 더 깊은 산속마을 사람들은 원시적인 나무창을 깎아 들고 여러 명이 무리를 지어 멧돼지 사냥을 다니기도 했다. 멧돼지에게 가장 먼저 창질을 한 사람을 ‘선창’이라고 부르는데, 그러면 합동으로 사냥을 했어도 멧돼지의 머리는 온전히 ‘선창’의 것이었다.

‘저돌적’이라는 말 그대로 멧돼지는 그만큼 사납고, 그런 짐승을 향해 첫 창을 찌르고 나간 용감함에 대해 주는 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의 나무창을 보관하고 있는 집들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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