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 수감된 50대 피고인이 부인의 가짜 사망진단서를 법원에 제출해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난 뒤 잠적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19일 인천지법과 인천지검에 따르면 인천구치소에서 11개월동안 구속수감 중이던 이모(57)씨는 9일 “아내가 뇌출혈로 죽었다”며 사망진단서를 인천지법 형사1부에 제출했다. 그는 올 1월 공문서 위조 및 밀항단속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1년을 선고받고 인천구치소에서 복역 중이었다.
그러나 이 사망진단서는 이씨가 지인을 통해 발급받은 허위서류였다. 이씨 지인은 허위사망진단서를 변호인인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윤모 변호사에게 보냈고, 변호인은 이를 전혀 의심하지 않고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서류 검토를 거친 뒤 9~11일 3일간 “부인 장례식이라도 치르라”며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내리고 이씨를 풀어줬다. 하지만 이씨는 기한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제서야 병원의 사망진단서가 가짜라는 사실을 확인, 15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법원 관계자는 “변호인까지 선임된 상태에서 사망진단서를 제출받아 의심을 하지 않았으며, 병원에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변호인도 “면회를 갔을 때 이씨가 눈물로 호소해 부인이 죽은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이씨를 지명수배하고 가족과 변호인 등을 상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지난해말 위조여권을 갖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검거된 만큼 외국으로 도망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송원영 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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