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조 추첨 후 한국 축구팀의 예상 성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국제투자은행이 예측한 한국 경제의 장래 위치이다. 한국 경제는 2025년에 1인당 국민소득이 5만2,000달러가 돼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주요국 가운데 3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어서 2050년에는 8만1,000달러로 2위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최근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우리에게 그런 높은 전망이 가능하단 말인가? 기쁘고 궁금해서 보고서 원문을 구해 읽었다.
보고서는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여기에 한국 등 11개 개도국을 추가하여 분석한 것이다. 국제투자은행에서 일하는 몇몇 연구원이 많은 양의 정보를 활용하여 넓은 눈을 가지고 만들어 낸 지적 생산물이어서 폄하할 대상은 아니다. 적어도 이 보고서를 검토해 우리의 희망을 재점화하고, 향후 노력할 방향을 재점검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한국 2050년 8만불 소득”
2003년 광복절 노무현 대통령이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으로 경축사를 하였을 때에도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하였다. 그러나 금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6,000달러를 넘어설 것이며 이르면 2007년, 늦어도 2009년에는 2만 달러가 달성되리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현 정부가 출범할 때 개혁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정부가 개혁은 뒤로 미루고 우선 성장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광복절 경축사가 발표되었을 때 그런 사람들은 환영하거나 적어도 호된 비난은 하지 않았다.
현 정부는 그들의 로비력 덕분인지, 기대만큼 개혁에 주력하지 않았다. 반개혁 성장론을 강하게 주장한 언론일수록 근자에 와서 2만 달러는 환율 덕에 너무 쉽게 달성되고 있다고 하찮게 다루는 것 같다.
골드만삭스 보고서는 무슨 근거로 한국이나 브릭스 국가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을까?
첫째, 물가안정 재정적자 외채축소 등 거시안정성, 둘째 투자율 대내외 개방성 등 거시조건, 셋째 PC 보급 및 전화ㆍ인터넷 등 기술능력, 넷째 교육과 평균수명 등 인적자원요소, 다섯째 정치안정 법치 부패축소를 비롯한 정치조건 등 13개 조건을 종합하여 성장환경점수(Growth Environment ScoreㆍGES)를 산출한 뒤 GES가 높으면 잠재력도 크다고 보았다.
한국은 GES 6.9점으로 독일, 아일랜드와 비슷하게 17위를 기록하였다. 이 점수가 높아질수록 한국이 3위, 2위권으로 소득 수준이 올라갈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나는 기술 분야가 너무 정보통신 쪽에 치우쳤다는 점 외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최저가낙찰제 확대로 재정적자를 축소하고,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을 강화하여 거시안정에 힘써야 할 것이다. 환율 안정은 거시경제 안정의 결과이지 거저 얻는 것이 아니다.
또한 대외 개방뿐만 아니라 관료조직의 개방 등 열린 자세가 더욱 필요할 것이다. 교육의 질적 개선이 필요하고, 법의 위상이 재벌 권력에 휴지조각이 되는 일이 없어져 법치가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건설 사업에 확산일로인 부패도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건설 부패는 부동산 거품의 존재를 부정하여 정책을 오도하면서 경제의 앞날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시장개혁 철저히 해야 달성
결국 골드만삭스 보고서는 한국과 주요 개도국에게 개혁을 제대로 하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정부가 외환 위기 후 지난 8년간 시장 개혁을 더욱 철저히 하고 박정희 식의 정부 만능형 낡은 정책틀에서 벗어났다면 한국인의 평균소득이 5만 달러, 8만 달러가 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져 있을 것이다.
현 대통령이 다음 대통령에게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주겠다고 연두 기자 회견에서 약속하였는데 그 열쇠는 바로 개혁이다. 개혁이 없으면 성장도 없다.
김태동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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