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한국 원정시위대 1,000여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이 가운데 850명이 조사를 받고 있다. 이규형 외교통상부 차관이 현지로 날아가 홍콩 행정청과 협상을 벌이고 있고, 경찰 당국자간 전화 접촉도 이뤄졌다. 시위대가 장기간 구금되는 사태만은 피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노력이 큰 성과를 거두기를 빈다.
그러나 현지 실정법을 어긴 행위라는 점에서 정부의 노력은 홍콩 당국의 선처를 바라는 수준을 넘기 어려울 전망이다. 홍콩의 관련 법규정이 한국보다 훨씬 엄격하고, 특히 폭력 시위에 대해서는 융통성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아 상당수가 장기 구금되는 사태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쩌다 일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정치개혁안 처리를 앞두고 이 달 초 대규모 시위를 경험한 홍콩 당국은 폭력적 시위가 현지 주민에게 파급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했다고 한다. 본때를 보이려는 홍콩 경찰에 한국 시위대가 부딪쳐 간 셈이다.
무엇보다 큰 요인은 국내에서의 시위 행태를 밖에서 답습한 것이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일상다반사인 국내의 시각으로 보자면 홍콩 시위는 결코 특별할 게 없다.
그러나 외신이 지금도 자주 국내의 시위 장면을 내보내는 데서 보듯 한국의 시위는 국제적으로 뉴스가 되는, ‘특이 상황’이다. 나름대로 정당한 주장이니 당연히 면책이 되리라는 한국적 기대와 해외 현실의 괴리가 빚은 사태라고 할 수 있다.
사실은 국내 상황도 크게 바뀌고 있다. 오랫동안 시위에는 자동적으로 도덕적 정당성이 부여됐다. 부도덕한 정치권력이 만악의 근원으로서 모든 부당성을 흡수해 버린 반사적 이익이었다. 그러나 지금 어느쪽에도 원초적 정당성은 부여되지 않는다. 몸에 밴 버릇이 있어 국민적 인내의 폭이 클 뿐이다.
홍콩 사태에서 얻을 수 있는 이런 교훈은 시위 참가자만이 아니라 잠재적 참가자인 우리 모두가 깨달아야 할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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