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호 숭례문(남대문)이 지금보다 더 높은 웅장한 모습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중구청은 최근 숭례문 개방을 위한 보수공사 도중 통로 박석(바닥에 까는 돌) 설치에 앞서 홍예문(숭례문의 가운데 출입문)의 남북쪽 입구와 상부 누각 계단 입구 등 다섯 군데를 시굴 조사한 결과, 깊이 0.6~1.6㎙ 지하에서 하부 석축 기단, 지대석(맨 아래 기초석), 박석, 문지도리(문을 다는 돌 구조물), 계단 등을 무더기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은 숭례문의 기저 상당부분이 그 동안 땅에 묻혀있는 바람에, 실제 건축 당시보다 현재의 숭례문 높이가 크게 낮아져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중구청으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통보받고 15일 문화재위원회(건조물분과)를 개최, 현행 정비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번에 발굴된 숭례문 지반 유구 가운데 홍예문 부근 지하층에서는 1.5㎙ 높이의 대형 무사석(석축 기단을 구성하는 돌)과 확석(문짝을 들어 매는 홈 파인 돌쩌귀), 검은 얼룩 묻은 박석 등이 원래 연결된 상태대로 확인됐다. 홍예문은 원래 문짝의 3분의 1 정도가 묻혀 있었으며 다른 곳에서도 기단 석축과 박석이 원형에 가깝게 거의 손상되지 않은 상태로 발견됐다.
이렇게 묻힌 부분을 모두 합하면 숭례문은 높이가 현재의 12.3㎙에서 13.9㎙로, 홍예문은 4.37㎙에서 5.97㎙ 정도로 크게 올라간다.
손영식 문화재 전문위원은 “이번에 드러난 박석, 문지도리는 숭례문 축조 당시의 것”이라며 “잡석 등으로 다져진 지반 보강층은 1900년께 전차궤도 부설을 위해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숭례문은 조선 태조 5년(1396) 창건됐고 세종 29년(1447) 대대적으로 개축됐으며 성종 10년(1479) 중수됐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숭례문의 지반을 낮춰 원형 그대로 복원키로 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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