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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덕표·윤여주씨 18일 나란히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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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덕표·윤여주씨 18일 나란히 숨져

입력
2005.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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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농민시위 도중 부상했던 홍덕표(68)씨와 전역 직후 간암 말기판정을 받고 투병중이던 윤여주(25)씨가 18일 나란히 숨을 거뒀다. ‘제2의 전용철’로 불리던 홍씨와 ‘제2의 노충국’ 윤씨가 사망함에 따라 쌀시장 개방을 반대하는 농민시위와 허술한 군의료체계를 질타하는 국민감정이 더욱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있었던 쌀개방 반대 농민시위 도중 머리와 목 등을 크게 다친 홍덕표씨가 18일 사망했다. 시위 도중 쓰러진 홍씨는 동료들에 의해 곧바로 인근 영등포 성애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은 뒤 집 근처의 익산 원광대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경추를 심하게 다쳐 하반신 마비와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 이날 0시40분께 숨졌다.

당시 홍씨는 “전경에게 머리와 목 등을 맞았다”고 말한 바 있으며, 경찰도 “시위 현장에서 진압경찰에게 맞아 중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현저하다”며 과잉진압으로 인한 부상이었음을 최근 시인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홍씨는 9살 때 고아가 된 뒤 남의 집 더부살이를 전전했다. 소작농으로 2남2녀를 키우느라 2개월 전에야 겨우 집을 마련했다. 주위 사람들은 “홍씨는 어려운 사정에서도 남의 일이라면 몸을 아끼지 않을 만큼 인정이 많았다”면서 “이번 시위도 어려운 농촌을 개선하는데 보탬이 되겠다고 따라 나섰던 것”이라고 말했다.

아들 성기(38)씨는 “아버지는 아파도 병원 한 번 가지 못했을 만큼 어렵게 사셨지만 이웃들이나 가족들에게 항상 따뜻한 분이셨다”며 “평생 소원이었던 집을 뒤늦게 장만한 뒤 무척이나 좋아하셨는데…”하고 울먹였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이날 홍씨 사망 직후 성명을 내고 “노무현 정권은 전용철 홍덕표 농민의 죽음에 책임지라”면서 “이들 사망에 책임을 지고 서울경찰청 이종우 기동단장 구속, 허준영 경찰청장과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 파면, 서울경찰청 1기동대 해체” 등을 요구했다. 전농은 또 “정부는 신자유주의 추세에 굴복해 350만 농민의 생존권을 무시하고 있다”며 근본적 농업 회생정책을 촉구했다.

지난해 4월 전역 직후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아 20개월여 투병하던 윤씨가 이날 오전 끝내 사망하자 윤씨 가족들은 망연자실했다. 아버지 윤재호(56)씨는 “16일이 여주의 24번째 생일이어서 생일상을 차려놓고 가족들이 모두 울었다”면서 “그토록 간절히 소원했건만 그 날이 여주의 마지막 생일이 돼 버렸다”며 울먹였다. 어머니 박점순(52)씨도 아들의 허무한 죽음에 식음을 전폐한 채 빈소 한켠에 몸져누워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아버지 윤재호씨는 이달 초 아들의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국에 알려졌는데도 국방부가 전화 한통 없는데 대해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윤씨는 “자대 병원에 20여차례나 다녔는데도 보훈처에서 군병원에 간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원호대상자 지정을 거부했다”며 “이 같은 희생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여주씨는 경기 파주의 한 육군 보병부대에서 지난해 4월 제대한 뒤 20여일만에 간암말기 판정을 받아 집에서 투병생활을 해 왔으며, 윤씨가 군에 근무할 당시 소대장이던 김모(29)씨가 지난 9월 국방부 홈페이지에 “배가 아프다는 부대원 윤여주씨의 병세를 살피지 못한 것을 뼈저리게 반성한다”는 참회록을 올리면서 진상이 알려졌다.

전주=최수학기자 shchoi@hk.co.kr 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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