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유난히 눈이 많이 온 호남지방을 중심으로 다시 폭설이 내렸다. 열흘 가까이 눈이 내린데다가 강풍과 한파까지 동반, 축사와 비닐하우스 등 농가 시설물과 농작물 피해가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보고된 직접 피해만 2,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돼 앞으로 피해가 얼마나 더 불어날지 걱정이다. 정부와 사회가 눈 피해와 복구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본다.
여름 호우와 겨울 폭설은 늘 겪는 것이지만 올 겨울은 시작부터 폭설이 잦다. 이대로라면 여느 해보다 눈 피해가 클 것이 우려된다.
그런데도 사회와 정부가 함께 다른 일에 관심 쏟느라 예사롭지 않은 폭설사태에 무심하거나 건성으로 대처하는 분위기다. 이를테면 줄기세포 논란에 온 나라가 빠져들어 호남과 충청 일부가 온통 눈에 파묻히다시피 한 재난상황을 그저 그러려니 여기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줄기세포 논란이 당장 국민 대다수의 이해나 복지와 직결되지 않는데 비해, 폭설사태는 나라 경제와 사회 안정까지 해칠 수 있다. 농작물 피해와 교통 장애 등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가뜩이나 농산물 시장개방으로 생존기반이 위협 받는 것에 격하게 반발해온 농민들의 좌절과 소외감을 깊게 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런 우려는 멀리 홍콩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주변에서 우리 농민과 노동자 수백 명이 시위를 벌이다가 연행됐다는 소식과 어울려 착잡함을 더한다. 사회와 정부가 모두 거창한 명분을 내세워 격렬하게 다투는 습관에 젖은 탓에 나라 안팎을 가림 없이 기본과 순리를 쉽게 저버린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자연재해 예방과 복구 등 기본적 과제에 힘을 쏟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사회 전체가 순리를 지키도록 이끌고 민심을 부드럽게 하는 지름길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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