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16일 "황우석 박사가 논문 철회를 요청했다"고 공식 발표한 후 17일 전화 기자회견(teleconference)을 열어 현 상황 및 앞으로의 방침을 밝혔다.
폴 케네디 편집장, 카트리나 켈너 생명공학분야 부편집장 등이 참석한 회견에서 케네디 편집장은 "최근 몇 주간은 매우 혼란스럽고 실망스러운 기간이었다"고 말했다. 회견은 신청한 기자들이 전화를 걸어 동시에 청취하는 형식으로 약 50분 간 진행됐으며 내용은 등록 기자들에게 디지털 음성 파일로 공개됐다. 기자회견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요약했다.
올해 5월 발표한 줄기세포 논문은 어떤 절차를 거쳐 철회하게 되나.
"황우석 교수가 이메일을 통해 철회를 요청하면서 '올해 논문에 수록된 11개 줄기세포의 테라토마(종양 검진) 검사 결과, DNA 지문 등 데이터의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밝혔다.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을 취소하기 위해서는 공동저자 전원이 이에 동의하고, 납득할 만한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현재 황 교수는 다른 저자들과 열심히 연락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논문의 어떤 부분이 잘못됐다는 것인가. 황 교수는 회견서 "우리가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속인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는데.
"취소 사유에 관한 보고서를 아직 받지 못했다. 아울러 서울대 및 피츠버그대가 조사에 나선 상황인 만큼 의견을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사유서에는 데이터 오류의 내용이 지금까지 밝혀진 것보다는 자세히 담겨야 할 것이다. 황 교수는 몇몇 세포는 죽고 DNA 지문이나 테라토마에 문제가 있었지만 줄기세포를 갖고 있었던 것 만큼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론 부분이 진실을 담고 있다고 해도, 몇몇 데이터가 믿을 만하지 못하다면 논문은 취소 대상이다."
지난해 논문도 철회 대상인가.
"현재로서는 아니다. 지난해 논문의 데이터 조작 여부를 검증해야 할지는 올해 논문에 있는 오류의 성격이 먼저 밝혀진 후 결정할 문제다. 만약 조사 결과, 올해의 잘못이 지난해 논문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당연히 조사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판단 근거가 없다."
논문 철회에 동의하지 않는 저자가 있으면 어떻게 되나.
"우리는 연구팀에게 동의서를 받아낼 합리적인 기간을 줄 계획이다. 연구팀이 논문 철회에 대한 타당한 사유서를 제출하는데도 단지 몇몇 저자들이 철회에 동의하지 않아 취소할 수 없어지면 우회적인 방식을 쓰면 된다. 편집장 논평 등을 통해 '조사 결과 논문은 가치가 없으므로 그냥 무시하시오'라고 하는 식이다."
논문이 철회되면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에게도 책임을 묻게 되나. 만약 오류가 모두 한국 연구팀에 의한 것이고 그는 몰랐다고 할 경우에는 어떤가.
"우리는'암거위 요리 소스는 수거위 요리에도 쓸 수 있다(What is sauce for the goose is sauce for the gander)'라는 속담으로 답변을 대신하고 싶다. 한 쪽에 적용하는 원칙이 다른 쪽에도 똑같이 유효하다는 뜻이다.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다면 논문이 잘못됐을 때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사이언스가 너무 서둘러 논문을 싣느라고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황 교수의 논문은 다른 논문보다 많은 '심판'이 동원돼 검열을 했다. 논문을 검사하는 과학자들에게 어느 정도 의심을 가지라고 요구할 수 있겠지만, 제출된 데이터 자체가 사실인지 일일이 확인하라는 것은 무리다. 특히 과거 몇몇 경우처럼 의도적으로 데이터를 조작했다면 검열을 통해 이를 잡아내기는 힘들다. 물론 이번 논문이 이 유형에 속하는지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심사를 강화할 계획인가.
"검열을 맡은 과학자가 DNA 검사를 수행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다른 과학자의 논문이 저널에 실리는 것을 돕기 위해 줄기세포와 체세포를 얻어다가 DNA 검사까지 할 과학자가 어디 있겠나. 지금으로서는 심사를 현재보다 강화해야 할 이유나 방법을 생각할 수 없다. 다만 컴퓨터 사진 편집 기술이 나날이 발달하고 있어 이에 대한 검열을 보강해 나갈 계획이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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