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출시된 고혈압치료제 ‘아모디핀’은 한미약품의 대표적 히트작으로 꼽힌다. 이 제품은 출시 1년만에 36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국내 개발 처방 의약품가운데 매출 1위에올랐다. 이는 국내 제약업체가 개발한 국산 의약품의 출시 첫 해 매출액 중 사상 최고치다.
아모디핀은 2003년 12월 특허청으로부터 특허기술상 충무공상을 수상하고, 올 2월에는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신약개발상 시상식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아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한미약품이 아모디핀과 같은 히트작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유기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4곳의 첨단 연구시설이다. 지난해 5월 새로 개관한 경기 기흥연구센터는 신약, 바이오 의약품, 물질 변형 개량신약, 첨단 합성기술을 이용한 원료의약품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 경기 화성 팔탄 제제(製 劑)연구센터는 새로운 제제 및 약물전달시스템의 기반기술을, 송파구 방이동 서울 연구센터는 임상시험과 제품 등록 업무를 각각 맡고 있다. 계열사인 한미정밀화학 연구소는 원료물질 공정연구 및 대량생산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각각 연구기능을 전문화함으로써 연구개발(R&D)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기흥연구센터는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발돋움하는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지상 8층, 연면적 3000평 규모로 국내 제약회사 중앙연구소로는 최대 규모이다. 국산 개량신약 개발의 선두주자답게 모든 시스템이 자동으로 통제되는 첨단 인텔리전트 시설을 갖추고 있다. 아모디핀도 바로 이 연구센터가 일궈낸 작품이다. 기흥연구센터는 86년 경기 분당에 설립된 이래 줄곧 개량 신약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87년에 스위스 로슈사의 항생제 ‘로세핀’의 개량 신약을 비롯, 90년엔 스웨덴 아스트라제네카사의 위산분비억제제 ‘로섹’의 개량 신약을, 92년엔 스위스 노바티스사의 면역억제제 ‘산디문’의 개량 신약을 각각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이중 로섹은 단일 의약품으로 세계 최대의 판매를 기록할 만큼 유효성과 안정성을 인정받은 전문약이다. 2001년에는 세계에서 두번째이자 국내 최초로 얀센의 무좀약인 ‘스포라녹스’를 개량한 신약 ‘이트라’ 정을 개발하는데 성공했고, 지난해에는 고혈압 치료제 ‘페디핀24서방정’, ‘아모디핀’, 당뇨병 치료제 ‘그리메피드’ 등을 잇따라 내놓았다.
한미는 이들 개량 신약을 앞세워 다국적 제약사들이 장악해 온 국내 처방약 시장의 판도를 쉼없이 흔들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사의 항암 주사제 ‘탁솔’을 경구용으로 만든 ‘오락솔’에 대한 동물 임상시험이 한창이다. 이 제품은 올해 하반기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흥연구센터는 또 암세포의 성장인자를 억제하는 새로운 개념의 항암신약 ‘HM-60361’에 대해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임상시험에 나설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외국제약사의 원조약물을 가장 먼저 새로운 기술로 가공해 오히려 그 기술을 역수출하는 회사로도 유명하다.
일례로 89년에는 로슈사의 항생제 ‘세프트리악손’을 새롭게 가공해 흡수율을 더욱 높였고 그 기술을 로슈사에 역수출했다. 또 97년에는 면역 억제제인 ‘사이클로스포린’의 흡수율을 높이는 기술을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사에 역수출해 매년 90억원 정도의 로열티를 받고 있다.
주목할 것은 한미약품이 역수출에 성공하는 비결이 다른 제약회사보다 앞서 R&D 투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한미는 매년 200억원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올해는 250억원을 투자하는 등 매년 그 규모가 늘어가고 있다. 현재 160여명인 기흥연구센터 인력도 올해 안에 200명까지 늘린다는 것이다. 한미약품은 이러한 물적, 인적 기반을 바탕으로 매년 1∼2개의 대형 개량신약을 개발하고 2010년까지 항암제 및 지속성 단백질 의약품 분야에서 세계적 신약을 내놓는다는 전략이다.
한미약품 연구센터 이관순(사진) 소장은 “한미약품이 개량 신약 분야에서 국내 뿐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할 수 있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20년간 최고 경영층의 일관성 있고 꾸준한 연구개발 의지가 가장 큰 요인”이라며 “특히 개발 제품의 선정, 개발 타이밍 등에서 국내 다른 제약업체들보다 다소 앞선 것이 차별화한 결과로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