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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삼한사온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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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삼한사온 실종

입력
2005.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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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부터 시작된 한파가 2주 이상 지속되고 있다. 오늘부터 모레까지는 좀 주춤했다가 22일부터 다시 맹추위가 시작된다니 이번 한파가 한동안 더 계속될 것 같다.

기상청은 이번 한파를 극진동(Arctic Oscillation)으로 설명한다. 극진동이란 북반구의 고위도와 중위도권의 기압과 온도 편차가 번갈아 나타나는 현상인데 극진동 값이 음(_)이면 동아시아와 북미대륙 동안 등에 평년보다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추위가 닥친다. 극진동은 보통 열흘에서 2주이상 지속돼 이로 인한 추위는 장기간 계속된다고 한다.

▦ 겨울철 우리나라의 특징적인 날씨 패턴인 삼한사온의 실종이 이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삼한사온은 찬 대륙고기압이 7일 주기로 확장과 약화를 되풀이하면서 보이는 현상이다.

즉 시베리아 부근에서 발달한 찬 고기압이 남하하면서 3일정도 맹위를 떨치다가 그 다음 4일 간은 이동성 고기압으로 변질되거나 저기압으로 대체돼 비교적 포근한 날씨를 보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삼한사온이 오히려 예외적일 정도로 겨울철 날씨 패턴이 달라졌다. 이상난동이거나 이번처럼 한파가 지속되는 것이 더 일반적인 현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 삼한사온의 실종을 지구 온난화, 인구 증가와 산업화로 인한 대기오염 등 다른 이유로 설명하는 기상학자들도 있다. 특히 한반도의 겨울철 날씨 패턴이 크게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 중국의 산업화가 본격화한 1990년대부터였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제시된다.

지구가 온난화하면 겨울이 따뜻해야 하는데 이번처럼 장기간 추운 날씨가 계속되는 것은 언뜻 이해가 안 된다. 학자들은 그러나 온난화로 인한 지구대기순환의 교란으로 지역에 따라 혹한과 혹서, 홍수, 폭설 등의 기상이상이 빈번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 농어촌 지역에서 한파와 대설 풍랑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양극화 한파가 겹친 도시 사람들도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한파에 움츠려 들면 건강에도 문제가 생긴다. 겨울에는 여름보다 기초대사율이 10%가량 늘어나지만 활동량이 더 큰 폭으로 줄어 체중이 오히려 겨울이 시작되기 전보다 1.5㎏ 가량 늘어난다고 한다.

삼한사온이라도 되면 날씨가 풀어진 틈에 활동량을 늘릴 수도 있겠지만 요즘처럼 한파가 계속되면 그러기도 힘들다. 게다가 황우석 교수 파문으로 우리 마음에 닥친 한파는 또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모두에게 이래저래 힘든 연말이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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