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해 표현의 자유를 허락할 것인가. 국가의 정체성을 지킬 것인가.
EU 가입에 공을 들여 온 터키가 16일 시작한 소설가 아르한 파묵(사진)에
대한 재판을 놓고 큰 고민에 빠졌다. 베스트 셀러‘내 이름은 빨강’,‘눈’등을 쓰고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 됐던 파묵은 2월 스위스 언론과 인터뷰에서“90년전 아르메니아인 100만명과 지난수십년 동안 쿠르드족 3만 명이 이 땅(터키)에서 목숨을 잃었다”며“그러나 누구도 이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터키가 이들을 학살했다는 주장이다.
터키 검찰은 9월‘국가정체성 부인 및 이미지 훼손’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터키는 쿠르드족을 언급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고 있다.터키는 10월부터 EU측과 가입 협상을 벌이고 있다. EU는 터키가 언론출판의 자유와 인권 보장 확대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EU측은 파묵에 대한 재판을 터키가 EU에 가입할 자격이 있는 지 여부를 판단할 시금석으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터키의 EU가입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주스트 라제느디지크는“재판부는 기소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인정하지 않으면 터키는 EU에 참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터키 내 극우 성향의 이슬람 단체와 정치인들은“반역자를 심판하지 않을 경우 터키의 미래는 없다”며 파묵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같은 논란에 부담을 느낀탓인지 재판부는 이 날“법무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며 재판을 내년 2월7일로 연기했다.
박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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