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전자, 정보기술(IT) 등 국내 대표 업종이 해외에 지불하는 로열티가 막대해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ㆍ개발(R&D)에 더욱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세계 최고 수준인 현대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ㆍ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체들이 고부가 가치선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건조할 때 척 당 수주액의 5% 가량을 LNG선 원천 기술을 보유한 프랑스 GTT사에 지급하고 있다.
국내 조선 ‘빅3’가 LNG선 1척 당 수주액이 평균 2억 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GTT에 100억원 정도를 기술 사용료로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3사의 LNG선 수주잔량이 100척에 달하기 때문에 앞으로 GTT사에 지불해야 할 로열티 는 무려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LNG선은 천연가스를 영하 163도의 초저온 상태에서 액화시켜 부피를 600분의 1로 줄여 운반하는 선박으로, 국내 조선소가 건조하는 LNG선은 모두 GTT가 화물창 원천 기술을 보유한 멤브레인형을 채택하고 있어 로열티 지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체들이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의 원천기술 사용대가로 미국 퀄컴사에 지급해온 로열티 지급 규모는 총 2조5,815억원에 달했다. 올해 지급액까지 포함할 경우 3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특허에 대한 로열티 비용과 분쟁 해결 비용 등으로 모두 1조5,000억원을 지출했다.
또 국내 전자업종의 중소기업들이 지불한 특허비용은 2001년 3억9,200만 달러에서 지난해 5억3,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휴대전화, MP3플레이어, 셋톱박스 등 한국 주력 수출상품의 특허비용도 2001년 1억6,3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억8,000만 달러로 늘어났다. MP3플레이어나 동영상 재생에 쓰이는 MPEG 기술의 경우 국내 업체들이 필립스와 오디오엠펙 등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
산업자원부 등에 따르면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국내 산업계가 해외에 지급한 로열티는 86억 달러(8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라고 자랑하는 IT업계의 로열티는 60.4%인 51억9,180만 달러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36억1,990만 달러로 가장 많았으며 일본이 6억7,270만 달러로 뒤를 이었다.
국내 휴대폰 업체들이 꾸준히 제품을 수출하는 유럽식(GSM) 휴대폰의 경우도 지멘스, 인터디지털 등에 로열티를 물고 있는 실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IT기업의 시장가치 가운데 지적재산의 비중이 1980년대 32%에서 현재는 85% 이상을 차지한다”면서 “기업 가치는 원천기술을 가진 특허와 상표 등 무형의 지적재산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지적재산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R&D를 통한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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