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한 9단이 국제 바둑대회 사상 최단 시간 승리를 기록했다. 15일 인천 파라다이스호텔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2국에서 흑을 쥔 최 9단은 중국의 뤄시허(羅洗河) 9단에게 139수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대국시간은 77분. 국내대회에서도 좀처럼 나오기 힘든 짧은 대국으로 각국의 정상급 승부사들이 겨루는 국제대회에서는 다소 어이없는 승부이다. 13일 열린 1국에서 1패를 당했던 최 9단은 이번 승리로 승부를 1대 1 원점으로 돌렸다.
바둑은 초반부터 맹렬한 난타전으로 진행됐다. ‘속기의 달인’으로 불리는 뤄 9단은 결승 진출을 굳히려는 듯 1국에서와 같이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바둑으로 나왔다. ‘독사’ 최 9단은 ‘이미 예상했다’는 표정으로 틈을 노렸다.
뤄 9단의 덜미가 잡힌 곳은 우상귀. 최 9단은 초반 패싸움으로 혼미하던 판세를 유리하게 이끌면서 상황을 바꾸어놓았다. 분위기를 감지한 뤄 9단의 행마가 ‘주춤 바둑’으로 변한 반면, 최 9단은 승리를 확신한 듯 노타임으로 돌을 내려놓았다.
결국 반면의 4분의 1을 차지했던 우상귀 백 대마가 잡혔고, 이후 뤄 9단이 기사회생하려 안간힘을 썼지만 흑의 굳히기가 워낙 완강했다.
한편 함께 열린 이창호 9단과 중국 후야오위(胡耀宇) 8단의 준결승 2국에서는 이 9단이 239수만에 1집반패, 역시 1대 1로 동률을 이뤘다. 단판승부로 좁혀진 준결승 최종 3국은 16일 오전 10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권오현 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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