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선을 앞두고 삼성그룹이 사들인 무기명 채권 규모는 모두 837억원이었던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삼성은 이 가운데 361억원 어치를 정치권에 제공하고 32억원은 임직원 격려금 등에 사용했으며 443억원은 보관해 왔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증여세를 내지 않은 채 임직원 등에게 준 32억원 부분에 대해 수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채권을 주고받은 이학수, 김인주씨 등 삼성 간부와 이광재 의원, 서정우 변호사도 모두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검 중수부(박영수 부장)는 16일 삼성채권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2003년부터 진행해 온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모두 마무리했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은 2002년 5~11월 세 차례에 걸쳐 모두 324억 7,000만원 어치의 국민주택채권을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법률고문인 서 변호사에게 제공했다.
한나라당은 이 가운데 114억 5,000만원 어치를 현금으로 바꿔 사용했으며, 138억원을 2003년 11월 삼성에 반납했다가 검찰에 압수당했다. 72억 2,000만원은 여전히 회수되지 않았다.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 측은 2002년 5월과 6월, 이광재 당시 기획팀장과 안희정 정무팀장을 통해 21억원 어치의 채권을 받아 모두 사용했다.
검찰은 삼성이 보관해 오다 최근 제출한 443억 3,000만원 어치의 채권을 정밀 검토한 결과 다른 곳에 사용한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32억 6,000만원 어치는 퇴직 임직원 격려금과 그룹내 오너들의 거래 등에 쓰였다고 전했다.
“임직원 격려금으로 사용된 부분에 대해서는 증여세 포탈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 관계자는 “국가경제에 공이 많은 분들에게 간 것인데 넘어가자”고 말했다.
2년 여를 끈 이 사건에서 검찰은 여러 번 느슨한 수사태도를 보였고 삼성은 시종 거짓말과 발뺌으로 일관했다. 검찰은 이 의원에게 채권을 현금으로 바꿔준 후배 최모(40)씨를 공소시효 완성 이전인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3차례나 조사했으나 “이 의원 연루는 꿈도 못 꿨다”고 설명했다. 채권 확보를 위한 삼성 구조조정본부 압수수색 필요성도 제기됐으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채권 제출을 거부해 온 삼성의 목적은 이 의원의 보호였다. 수사팀 관계자는 “삼성이 이 의원에게 돈을 준 사실이 밝혀질까 봐 채권 공개를 꺼려왔으며 기업 입장에서 여당의 심기를 건드리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